○…한국경제 전체로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전기산업에서 일본은 대표적인 수입국이자 무역수지 적자국이다.

상반기 일본 수출 규모는 3억8700만달러에 불과하지만 수입액은 7억6500만달러에 달한다. 무역 적자는 3억7800만달러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전기부품 수입 1위, 전력용기기 수입 2위, 산업용기기 수입 2위의 국가다.

전기산업진흥회에 따르면, 우리 업계에서 대일 수입 의존도가 비교적 높은 부품·소재는 인버터, 12V급 계전기, 바이메탈(Bi-Metal)류 개폐기 등이다. 전략물자에 포함되지 않는 품목들이다.

인버터는 세계적으로 일본 기업들이 시장의 3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대일 수입 규모는 1억100만달러 정도. 수입 비중은 25.9% 수준이다. 12V급 계전기는 전기회로 한쪽에서 신호를 만들어 다른 쪽 회로의 작동을 제어하는 장치로 전장품 등에 쓰인다. 지난해 대일 수입은 1500만달러 규모로, 비중은 14.9% 정도다. 바이메탈(Bi-Metal)류 개폐기는 국내 기업이 대부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대일 수입 규모는 4억2100만달러 정도로 일본 의존도는 20.5% 수준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5일 “우리 소재·부품·장비산업은 가마우지라고 불렸다”면서 “그러나 우리 모두가 합심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고 가마우지를 미래의 펠리컨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가마우지 경제는 중국에서 가마우지의 목(소재·부품) 아래를 끈으로 묶어 물고기(수출)를 잡아도 못 삼키게 한 뒤 어부(일본)가 가로챈 일화를 빗댄 말이다. 1988년 일본 경제평론가 고무로 나오키(小室直樹)는 ‘한국의 붕괴’란 책에서 한국경제를 가마우지 신세라고 표현했다.

반면 펠리컨은 먹이를 부리 주머니에 넣어와 새끼를 먹이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수출 규제 등 일본의 경제 도발에 우리 정부는 ‘탈 일본’과 ‘기술자립’ 플랜으로 맞서는 모양새다. 국민들은 자발적 불매운동으로 침착하지만, 집요하게 일본을 압박하고 있다.

일부 고정밀 부품·소재의 경우 일본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따져보면 일본산이 아니면 매우 곤란한 시장은 반도체 정도를 제외하곤 별로 없다. 유럽이나 미국, 대만 등 공급선 다변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30년전 일본의 경제평론가가 언급한 ‘가마우지’는 한국을 걱정하는 조언이라기 보단 책 제목처럼 한국의 붕괴를 희망하는 레토릭에 불과하다. 실제로 우리 경제는 그 때보다 훨씬 강해졌고 앞으로 더욱 강해질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이 기회에 부품 소재 분야에서 탈일본과 기술 독립을 이룰 수만 있다면, 나아가 1965년 체제를 극복하는 계기가 된다면, 지금의 한·일 경제전쟁은 훗날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길 것이다.

마침내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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