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무더위를 식힐 수 있는 방법은 에어컨 등 냉방기를 이용하는 것인데, 정전으로 냉방기를 켤 수 없게 되면 여름철 불쾌지수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매년 여름철이 되면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대규모 정전소식이 끊이질 않는다. 아파트 단지의 대정전은 사전에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지만, 무관심과 전기설비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는 그릇된 인식 때문에 발생한다. 매년 대규모 정전소식이 끊이지 않는 곳이 대표적 1기 신도시인 경기도 고양시다. 한전에 따르면 작년 7월부터 8월 23일까지 전국의 아파트에서 발생한 정전사고는 153건 정도다. 이 가운데 경기도 고양시 내에서 발생한 아파트 정전사고만 13건이다. 같은 기간 동안 8.5% 정도의 정전이 고양시에서 발생한 셈이다. 9월까지 범위를 늘리면 17건에 달한다. 가구 수만 1만6000세대가 지난해 여름 정전으로 불편을 겪었다.

지난 4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샘터마을 2단지에서 노후 변압기 문제로 정전 사고가 발생했다. 전기안전공사에 따르면 지난 7월 말부터 4일까지 약 10여일 사이에 고양시에서 발생한 아파트 정전사고만 3건이다. 1980년대 중반에 본격 조성된 1기 신도시들의 경우 수전 용량이 2kW 이내에 불과했다.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는 사이 각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전기기는 용량이 커졌고, 냉방기 보급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전기설비는 노후화 됐지만, 주민들은 설비교체에 대해 아주 인색하다 보니 정전이란 불편을 고스란히 몸으로 느낀다. 정전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노후 기기 교체에 인색한 것은 전기가 없으면 불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중요도를 따지면 가장 뒤로 미루기 때문이다. 도심의 아파트는 벽면의 도색이 벗겨지면 많은 돈을 들여 깔끔하게 단장을 한다. 전기설비는 수명이 다해 터질때까지 사용하다, 결국 정전이란 낭패를 본다.

설비에 대한 소홀함보다 더한 것이 이를 관리하는 사람에 대해 푸대접이다.

계약전력 1000kW 이상의 전기설비를 보유한 아파트 단지에서 전기안전관리자를 선임해 상주시켜야 한다. 현재 아파트 근무자의 80~90% 정도가 위탁관리회사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 위탁관리회사 소속으로 일하며 보통 1~2년 가량의 계약기간을 두고 일을 하고 있는데 고용이 위태로운 입장에 놓인 관리자들이 수천만원의 예산이 필요한 전기설비 교체를 제때 요구하기는 힘들다.

아파트 정전 예방을 제일 잘할 수 있는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하지만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지금도 폭염 때면 밤 12시까지 변압기 앞을 떠나지 못하는 전기안전관리자들이 한 둘이 아니라고 한다. 몸으로 지킨다고 노후설비가 고장없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좋겠지만, 설비는 정확한 수명예측을 통해 제때 교체해야 가장 경제적이다. 그리고 가장 경제적으로 일을 할수 있는 사람들이 전기안전관리자다. 전기안전관리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아파트 전기안전도 확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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