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난방 전담 공기업 한국지역난방공사의 고형폐기물(SRF) 열병합발전소가 표류하고 있다. 준공한지 3년째에 접어들었는데도 가동을 못 하고 있다. 주민과의 갈등 때문이다.

지역난방공사는 지난 2014년 약 3000억원을 투입해 전남 나주에 쓰레기와 폐비닐 등 고형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SRF 열병합발전소 준공한 것은 2년 전인 2017년이다. 이 발전소는 지역민에게 값싸고 질 좋은 전기와 열을 공급하기 위해 전남도와 나주시 등 9개 기관 협약으로 추진된 발전소다. 나주시는 주민들과 합의안을 가져오기 전에는 인허가를 내 줄 수 없다며 뒷짐을 지고 있다. 지역난방공사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민관 협의체와 수십 차례 협의를 했다. 그러나 민관 협의체가 내놓은 합의안을 보류했다.

지역난방공사는 지난 5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현안 해결을 위한 민관 협력 거버넌스위원회(이하 위원회)'가 내놓은 합의안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위원회는 지난달 27일 10차 회의에서 '3개월 시험가동과 주민 수용성 조사 실시'를 중심 내용으로 하는 합의안을 내놓았다. 주민 수용성 조사는 SRF 방식과 액화천연가스(LNG) 방식 중 선택하도록 했고, 위원회는 LNG를 선택했다.

지역난방공사 이사회가 합의안의 의결을 보류한 이유는 합의안을 따를 경우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합의안에는 지역난방공사의 손실 보전 방안이 반영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연료가 LNG로 바뀌면 연료비가 급증하고 SRF 사용시설 폐쇄에 따른 매몰 비용, SRF 공급업체에 대한 손해 배상 등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 비용의 보전 방안이 합의안에 포함돼야 한다는 게 지역난방공사의 입장이다. 만일 손실보전 방안이 명확하고 확실하게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이 승인될 경우 배임은 물론 주주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할 말이 없어 이사회는 의결을 하지 않은 것이다. 지역난방공사는 정부가 지배적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식회사다.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또 하나 지역난방공사가 합의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고객 즉 지역민에게 처음 약속한 열요금을 지키지 못하고 인상한 요금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받아들이지 못할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지역난방공사는 이달 22일경 위원회와 다시 협의를 할 계획이다.

위원회가 연료를 LNG로 바꾼 이유는 이 발전소 시험가동 과정에서 지역난방공사가 광주 지역 SRF를 반입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 쓰레기를 반입한 것이 나주 지역민의 공분을 산 것이다. 지역난방공사가 2009년 전남도 등 9개 기관과 협약을 할 때 전남지역 SRF만 반입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물론 2013년 지역난방공사는 연료로 사용할 쓰레기와 폐비닐의 수요조사 끝에 광주시의 SRF가 필요하다고 판단, 전남도와 나주시와 협의해 환경영향평가 등 법적절차를 완료했다. 사실상 과정상 문제가 없다는 게 지역난방공사의 입장이다. 과정상 문제가 없을 순 있다. 그러나 발전소 등 지역의 인프라시설 건설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떠오른 것이 주민 수용성이다. 주민들에게 지역난방공사는 공기업이다.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주민들의 동의를 얻는 게 최선이다. 전남도 나주시가 뒤를 받쳐준다면 금상첨화다. 3000억원이나 투입된 지역 발전소를 언제까지 세워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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