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워팔기, 기술개량 방해, 지분쪼개기 등 중소기업 해외분쟁 심각
수출시 지식재산권 조사 안하는 국내 중소기업 절반 훌쩍

‘융합’과 ‘아이디어’가 핵심인 4차 산업시대가 도래하며 특허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여러 산업군들의 기술이 융합되는 과정에서 각각의 특허분쟁 또한 복잡하게 얽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돌파구를 찾는 국내 중소기업들은 사실상 특허분쟁에 무방비하게 노출돼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국내 중소기업들이 겪고 있는 특허분쟁의 원인과 방식, 돌파구를 모색해 보고자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은 2016년 995억달러, 2017년 1060억달러, 2018년 1087억달러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지식재산협회에 따르면 2009년 154건에 그쳤던 외국기업 대 우리기업 간 특허분쟁 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2014년 300건을 돌파했다.

특히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2.3%가 중소기업과 관련된 분쟁일 정도로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특허 분쟁은 심각해지고 있다. 이는 주로 대기업을 타깃으로 특허 소송을 벌여온 특허관리회사(NPE)가 최근 국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공세를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이 겪고 있는 해외특허 분쟁은 크게 ▲끼워팔기 ▲No License, No Chip ▲기술개량 방해 ▲지분쪼개기 등 4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끼워팔기란 라이선스에 중소기업과 연관이 없는 비표준특허 또는 곧 만료되는 특허를 포함하는 방식으로 로열티가 과다 산정되거나 로열티의 징수기간이 늘어나는 등의 피해가 발생한다.

예로 표준특허인 AC3 기술의 특허권이 만료가 도래한 돌비는 자사의 특허를 한데 묶어 하나의 라이선스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어 돌비는 해당 라이선스가 더 많은 특허에 대한 권한을 준다는 점을 강조하며 특허의 필요성을 검토하지도 않은 중소기업들에 계약 체결을 강요한 바 있다. 당장 AC3 기술 특허가 필요한 중소기업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을 맺어야 했다.

No License, No Chip은 라이선스 효력 중지 조항에 따라 계약 위반 또는 분쟁 발생시 칩셋 및 기타 부품의 공급까지 중단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퀄컴 등 특정 기술 분야를 독과점으로 선점한 기업들의 전형적인 갑질 전략으로 라이선스를 맺지 않거나, 라이선스 관련 분쟁이 있는 경우 라이선스와 상관 없는 다른 칩 제조사와 연계해 칩 공급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기업을 압박하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이 당장 해당 라이선스가 필요없다고 이를 외면하면 분쟁대상과 관련된 업체로부터 제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부품을 공급받지 못하게 된다.

기술개량이란 제조사의 신제품 출시 전 특허권자가 기술상세 시험(testing)을 할 수 있도록 해 제조사의 기술개량을 어렵게 하는 것이며 지분쪼개기란 신기술 개발에 따른 표준풀(Pool)이 난립하며 로열티가 크게 증가하는 것이다.

영상압축기술 분야 중 ‘H.264’기술의 경우 특허풀이 MPEG-LA 하나지만 개량기술인 'H.265'는 MPEG-LA, HEVC Advanced, Velos Media 등 3개의 특허풀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기존 H.264 대비 2개의 특허풀을 라이선스를 추가로 사용하게 되는 만큼 로열티가 10배 가까이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기존 통신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기존 라이선싱 대상이 아니었던 자동차, 소가전 등을 대상으로 라이선싱을 시도하는 사례들이 늘어나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와 같은 피해사례가 발생하는 데는 중소기업들 또한 특허 분쟁에 대해 특별히 준비하지 않는 부분도 한몫한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중 63.1%가 수출시 지식재산권 관련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 나아가 특허전담보유부서는 8.4%에 불과하고 국내특허의 해외출원기업 또한 19.9%밖에 안 되는 게 중소기업의 현실이다.

이에 대해 IoT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중견기업도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특허권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또 IoTㅜ시대에 펼쳐질 특허 분쟁에 대해 미리 관심을 갖고 사전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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