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한전의 경영실적은 6년 만에 적자로 전환됐고 올해 1분기에만 6299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으며, 이에 따른 한전의 고강도 비상 경영은 전력계통의 신증설과 유지보수를 위한 전력기기들의 발주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는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등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전기기 업체들의 경영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고 내수에 기반을 둔 많은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등 전력산업 전반의 경기 침체를 심화시키고 있다.

한전의 적자는 무엇 때문일까? 지난 2월 보도된 자료에 따르면 한전 적자는 “원전 안전 강화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등 환경 비용 증가가 적자의 주요인”이라고 했고, 지난 5월14일 1분기 실적 발표 시에는 “국제 연료비 상승으로 전력 구입비가 증가한 것이 주된 요인”이라고 했다.

에너지 자원 가격의 변동과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원 보급을 확대하려는 정부의 정책으로 인한 한전의 적자는 한전의 자구노력만으로 감당하기는 어렵다.

현 단계에서는 더 안전하고 환경 친화적인 전기를 만들기 위해 추가 비용이 소요되므로, 이전 보다 더 비싼 전기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충분한 양의 전기가 적정 수준의 품질로 안정적으로 공급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관련 전력 설비의 유지 보수가 적정 시점에 이뤄져야 하고, 변동성 재생에너지원의 접속 증가에 따라 보상 설비와 송변전 설비의 신증설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조치가 적기에 이뤄지지 못하면 미래에 더 큰 비용을 부담하게 되므로 공기업 한전은 필수적인 전력설비 투자를 적기에 하고, 소요되는 비용은 적정하게 산정하여 전기요금에 반영돼야한다.

아울러, 정부의 정책에 의해 선호되는 발전원의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면 그러한 정책 수행에 따른 추가 비용을 전기요금에 별도로 반영해야 한다.

유럽의 경우 전기요금 내에 재생에너지 부담금의 비중이 14% 정도이고, 일본의 경우 재생에너지를 지원하기 위한 발전차액지원제도(FIT) 운영을 위한 부담금이 전기요금 내 13.4%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전이 지불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입 비용이 올해 2조원 정도로 예상되고 상향될 RPS 의무공급비율에 따른 2030년까지의 REC 구입 금액이 80조원을 넘게 되며, 소규모 FIT 도입 등의 새로운 정책을 위해 필요 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상장된 주식회사 한전의 부실화와 시장형 공기업의 공공 기능 저하가 우려된다.

따라서, 친환경 재생에너지원의 대규모 보급을 전제로 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이 국가적으로 합의됐다면 국민의 참여를 요청해야 하고, 우리나라도 재생에너지원 보급 확대에 따른 부담금을 적정하게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에너지 원료보다 오히려 싼 전기는 타 에너지 수요의 전기 쏠림을 유발해 국가적 에너지 낭비를 초래하고 있고 전기 사용 용도에 따른 전기요금 할인 정책을 악용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전기자동차와 에너지저장장치의 충전 등 새로운 전기 사용 형태의 도입과 가정용 전기의 누진제에 대한 개편 요구도 있어 전기요금 결정 구조에 대한 개선이 요구된다.

일정 주기로 전기의 적정 생산 원가를 산정하고 이에 근거해 합리적으로 전기요금을 산정함으로써, 기업을 얼마나 잘 경영하는지 보다 전기요금에 의해 기업의 경영 실적이 좌지우지되는 현재 한전의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적정 품질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데 필요한 한전의 비용을 정확히 평가하고 합리적으로 전기요금에 반영하여 전력산업 전반의 왜곡된 침체가 개선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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