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한전의 마이너스 실적이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불똥이 튀었다. 화살의 방향은 LNG와 석탄으로 향했다. 지난해까지는 정부가 원자력발전의 이용률을 인위적으로 줄여 한전의 재무구조를 악화시켰다 것이 쟁점이었다면, 올 1분기는 비싼 LNG 가동률이 높아져 구입전력비가 늘었다는 것이다.

싼 전원을 두고 굳이 비싼 발전기를 돌린 것이 비판의 요지다. 실제 원전의 이용률은 꾸준히 증가해 4월에는 평균 86%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원전 이용률을 볼모로 했던 비판이 머쓱해졌다.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그동안 비판들을 보면 자신들의 시각에서 상대를 공격하기 유리한 면만 보고 상대를 외면했다.

에너지전환은 정확히 말하면 에너지믹스다. 원전과 석탄 비중을 줄이면서 보다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하겠다 것인데, 이런 정책은 이번 정부 들어서 만들어 진 것도 아니다. 녹색성장, 에너지신산업 등 전 정권에서 핵심 가치로 두었던 에너지정책도 에너지믹스에 기반한 정책들이었다.

단만 시각에 따라 ‘에너지믹스’ 의 대상과 수치를 정했다. 2015년 7월에 만들어진 7차 전력수급계획에선 2029년 원전의 비중을 29%까지 높였다. 재생에너지 비중은 4.6%였다. 하지만 8차에선 2030년에 원전비중이 20% 초반으로 떨어졌다. 대신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0%까지 끌어 올렸다. 불과 2년사이를 두고 만들어진 정책에서 멀미가 날 정도로 급격한 변화다. 숫치의 변화 폭이 크다보니 논란도 비례했다. 하지만 이런 논란들은 에너지정책의 방향과는 다르다.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면서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이 전환에 맞는 시장제도 및 가격 시스템이다. 현재 전력시장은 전력공기업이 전체의 75%를 차지하고 있으며 25%의 시장에 민간 기업들이 참여해 경쟁한다. 하지만 에너지전환 과정에선 지금보다 상상할 수 없는 수많은 발전 사업자들이 시장에 참여한다. 시장의 플레이어들은 많아지는데 뛰어놀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또 사업자들도 다양해졌다. 소규모 발전사업자에서 발전공기업 규모의 민간사업자까지 다양한데 이들이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세부적인 제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추진하며 만들었던 과도기적 제도가 그대로 적용된다. 때문에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시장이 됐다.

가격 정책도 즉흥적이다. 한전 적자 ‘요금인상 불가피’ 여론이었다. 정부는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당분간 요금인상을 없다고 못 박았다. 이게 맞는 말인가. 싼 요금에 익숙해진 사회,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고착화된 산업구조, 이걸 어떻게 바꿀까가 핵심이다. 그래서 에너지전환은 산업구조 전환이다.

2030년까지 정부의 재생에너지 목표 20%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쪽은 단계적 요금정책에 대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 또 요금 인상 요인이 있다면 재생에너지를 늘리자는 주장과 함께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도 답해야한다. 반대로 원전 중심의 전력정책을 주장하는 쪽은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 전환에 대한 답을 해야한다. 에너지전환 정책을 통해 신산업 시장을 빠르게 키우고 잠식해 가고 있는 해외 선진기업의 질주를 보고만 있을 것인지 대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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