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 급증에 사회․경제적 손실 막심
여가부 새일센터 경단녀 채용 새길 열어

연간 20만명. 일본에서 출산 후 퇴직하는 여성의 수다. 지난해 일본 제일생명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퇴직 여성들의 경제생산력은 국내총생산(GDP) 기준 약 1조2000억엔(약 12조원)에 달한다. 그야말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현실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경력단절여성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4월 기준 15∼54세 기혼여성 가운데 경력단절여성은 184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5000명(0.8%) 늘었다.

경제활동에 다시 나선 여성들의 경우에도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다. 올해 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저임금 여성 노동자 비율이 2017년 35.3%로 집계됐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2017년 통계가 있는 OECD 8개국 가운데 1위로, 2위인 미국(29.07%)보다도 6.23%p 높은 수준이다. 출산이나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많아지면서 재취업 여성들이 ‘질 낮은 일자리’로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해결 방법은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단순히 경력단절여성들의 취업률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적성을 고려한 업무 배치, 취업 이후의 일과 가정의 양립 등 ‘일자리의 질’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경단녀들의 성공적인 재취업 사례가 늘고 있어 이목을 끈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고 있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이하 ‘새일센터’)의 여성 인턴제의 성과로, 구직자의 적성을 살리면서도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게 특징이다. (편집자 주)

◆신호진 호진이앤씨 대표, “경단녀의 마음, 여성인 제가 가장 잘 압니다.”

“자녀의 학교에서 녹색어머니를 해야 한다고 하면 언제든지 가보시라고 얘기해요. 아이를 키우다보면 해야 하는 크고 작은 일들이 많다는 것. 저도 잘 알거든요.”

신호진 호진이앤씨 대표는 남양주 새일센터에서 시행 중인 경단녀 인턴취업지원 사업에 지원한 배경을 묻는 말에 이처럼 답했다. 여성들이 일할 능력이 있고 의지도 있다면 그들의 사회진출을 돕는 게 여성 기업인으로서의 의무라는 경영방침의 반영이다.

지난 2017년 설립된 호진이앤씨는 전기공사 전문업체다. 지난해 매출은 8억여 원으로, 올해는 매출 목표는 13억원이다. 현재 규모는 크지 않지만 욕심 부리지 않고 매년 조금씩 성장하겠다는 게 신 대표의 설명이다.

신 대표는 “여성기업이라 어려운 점도 있지만 반대로 정부의 지원제도를 통해 혜택을 보는 측면도 있다”며 “이를 경단녀 채용이나,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는 게 호진이앤씨의 중요한 기업 가치”라고 말했다.

실제로 호진이앤씨에서는 직원들의 근무환경 개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기 위해 크고 작은 배려들을 하고 있다. 공사업체에선 드문 주 5일제 시행부터 개인 가정사가 발생할 때는 탄력적인 근무가 가능토록 지원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난 2월부터 이 업체에서 인턴자(인턴지원 구직자)로 근무 중인 김은주 씨는 “새일센터에서 제가 경험한 직무와 업무에 대해 충분히 파악한 뒤 매칭해 준 기업이라 만족도가 무척 높다”며 “특히 회사 분위기가 육아 및 가정 활동을 보장해주고 있어 마음 편히 다닐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직원들이 불행한 기업은 오래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호진이앤씨만의 문화를 지키면서 기업을 차근차근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용식 나우솔리드 대표, “육아엔 남녀 없어…가정이 사회활동의 근간”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각종 발전사업 시공 전문업체인 나우솔리드는 올해 3월 특별한 가족을 맞아들였다. 수년간의 공백을 깨고 새일센터 인턴제를 통해 입사하게 된 정미 설계팀장이 그 주인공이다. 오는 6월이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예정인 그녀는 열정적인 자세와 특유의 온화한 분위기로 빠르게 나우솔리드에 녹아들고 있다는 전언이다.

나우솔리드에선 처음으로 이뤄진 인턴제 채용이지만 만족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김용식 나우솔리드 대표는 “사실 경력단절 기간이 있다 보니 업무 능력에 대한 우려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현 시점에 보면 기존의 어떤 채용보다도 회사에 꼭 맞는 분을 만났다는 생각에 만족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인턴제 지원에는 김 대표의 남다른 경영방침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건강과 가정과 신체’가 사회활동의 근간이라는 생각 하에 직원들에게 다양한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일례로 탄력근무제가 있는데 이는 남성 직원들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이 독특하다. 육아에는 남녀 구분이 없다는 김 대표만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김 대표는 “가정이 완만해야 일도 능률적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며 “탄력근무제는 남성 직원들도 육아를 분담해야 한다는 생각해서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남다른 기업이다 보니 인턴자인 정 팀장의 만족감도 크다.

정 팀장은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업무를 맡게 됐다는 점도 기쁘지만, 무엇보다도 가정의 중요성을 잘 아는 대표자가 있는 기업에 와서 행복하다”며 “하루빨리 나우솔리드의 일원이 돼 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인터뷰)남양주 여성새로일하기센터

“남양주시관내 강소기업 발굴, 여성구직자와 연결

인턴과정서도 취업장려금 혜택 주어져 만족도 높아”

새일센터에서 추진 중인 인턴취업지원 사업은 경력단절여성들이 사회로 나가는 가장 효과적인 진출로로 통한다. 일반적인 구직과정과는 달리 센터 차원에서 인턴자의 적성과 경험을 토대로 업무 매칭이 이뤄지고, 채용 이후에도 사후 관리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이 제도는 인턴제를 채택한 기업뿐만 아니라 구직자들에게도 만족도가 높은 제도로 현장에 안착하고 있다. 남양주 새일센터의 임은희 센터장을 만나 제도의 취지와 성과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편집자 주)

▶새일센터의 인턴제가 타 기관에서 추진 중인 유사 사업과 비교할 때 가지는 차별성, 장점을 설명해주신다면.

“대상층이 취업취약계층인 경력단절여성입니다. 오랜 경력단절은 기업에서 채용을 기피하게 하는 원인이 되며 이러한 이유로 정규직 취업을 포기하고 단기 일자리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여성이 많습니다. 이러한 분들을 채용하는 기업에게 경단여성이 직장에 적응하는 기간 동안의 급여 부담을 줄이고 계속고용을 유도해 여성의 채용률을 높이는 것을 돕는 것입니다. 또한 2019년부터는 1인 이상 기업도 지원대상이 돼 기업체 지원 대상폭이 확대됐습니다.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제공하고 4대보험가입이 가능한 사업장이라면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3개월간 인턴지원을 받은 후 정규직으로 전환될 경우 기업뿐만 아니라 인턴자에게도 60만원의 취업장려금이 지급됩니다. 인턴자에게도 기업과 같은 취업장려금 혜택이 있는 것이 새일여성인턴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제도의 경우 인턴자뿐만 아니라 제도를 채택한 기업 입장에서도 효용이 높다고 들었는데.

“남양주시내에는 30인 미만의 기업이 대부분이며, 기업체의 약 80%가 제조업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여성 인건비 지원을 통해 경력단절 여성을 채용하는 부담을 줄이고 인턴기간동안 잘 훈련된 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새일인턴에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기존에 새일인턴 사업에 참여한 기업이 다른 기업에게 소개시켜주는 경우도 많아 매년 신청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좋은 여성인재를 소개시켜 주면서, 인건비 지원까지도 하는 정말 좋은 일을 하는 센터라며 감사하다고 하는 기업 관계자 분들 예기를 들을 때가 가장 보람되고 뿌듯한 순간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신다면.

“저희 새일센터는 남양주시관내의 강소기업과 같은 탄탄한 기업을 많이 발굴해 여성구직자와 연결하는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 홍보가 부족합니다. 경력단절여성들이 다시 경제활동에 참여하기 위해선 기업관리자분들의 관심이 절실합니다. 새일센터에서는 앞으로 이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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