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제한경쟁-자유경쟁’으로 갈 것으로 전망됐던 발전정비시장이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다시 ‘독점’으로 회귀할 조짐이다.

발전 공기업이 직접 민간 정비인력을 흡수하는 방식에서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방법은 다르지만 지향점은 다시 독점을 향하고 있다. 당연히 지난해 시행 예정이었던 ‘확대된 제한경쟁’은 ‘없던 일’이 됐고, 초점은 방식이 달라진 독점체제 회귀의 부작용과 시행착오를 줄이느냐에 맞춰져 있는 상황이다.

정리를 하면, 발전 공기업이 각기 정비부문 자회사를 설립해 현재 맡고 있는 정비 업무를 그대로 맡게 한다는 것이다. 정비 전문 공기업인 한전KPS 역시 현재 맡고 있는 섹터를 그대로 맡는다. 경쟁은 새로 지어진 발전소에 국한된다.

정부가 발전정비에 경쟁을 도입한 것은 1994년이다. 한전KPS(당시 한전기공) 노조 파업으로 발전정비에 공백이 생기자 부랴부랴 경쟁체제 도입을 결정했고, 극소수의 민간기업을 추려내 육성시켜왔다. 한전KPS로서는 호랑이 새끼를 키우는 형국이었으나 이게 정책이었다. 긍정적 효과 물론 적지 않았다.

발전 공기업 한 관계자는 “경쟁 도입으로 한전KPS 독점구조를 탈피하고 정비시장 체질이 개선됐다”며 “기술 역량이 상향 평준화돼 발전5사 고장 건수가 2013년 95건에서 2018년 41건으로 하락했다”고 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한국노총 공공노련 한 실장은 “주요 정비업체 7개 중 3개 기업이 대규모 자금운영사의 지배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민간업체에 의한 독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발전정비산업의 민간경쟁 확대정책을 폐지하고 한전KPS 중심으로 발전정비시장을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진입제한도 새로 이 사업에 진입하고 싶어 하는 기업들에게 불만의 요소가 되고 있다. 정부가 허락을 하지 않는 한 이 사업에 진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미미한 법과 제도다.

박진표 변호사는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공공부문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의 실행은 대한민국의 자유·법치·경쟁의 위기를 초래할 소지가 있다”며 “정부 정책이라는 포장지만 뜯으면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해당 가이드라인이 헌법상 비례원칙 위반에 의한 기본권(재산권·기업활동의 자유)과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사업활동 방해·거래거절, 자유무역협정(FTA)의 공정·공평 대우 위반 등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한 발 물러서 있다. 산업부 해당과장은 “발전정비 분야의 공공부문 정규직화는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있다”며 “노사정 협의체를 통해 건설적인 방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용역결과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정책은 시장과 주변 상황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다. 또 어떤 정책이든 완벽할 수는 없다.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영향이 공존한다. 주기적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은 현실에 맞춰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정규직 전환 대상 인력은 어림잡아 약 4000명이다. 대통령의 최대 공약이라 ‘되는 쪽’으로 갈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발전정비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뒤집어진다. 10여 년 동안 공들여 육성해 온 민간 발전정비업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 비용 증가도 작지 않은 문제다. 만일 발전 자회사가 설립될 경우 경제성 보다 공공성에 방점이 찍힐 수밖에 없어 정비사업의 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증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주체는 다름 아닌 국민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국가의 최대 경쟁력 중의 하나는 가격이다. 정규직을 늘리겠다고 공공기관 인력을 늘리는 것이 과연 국민을 위한 정책인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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