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환 의원
김규환 의원

대기업을 비롯해 수많은 중소·중견기업이 뛰어든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2년 가까이 화재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ESS 신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ESS는 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핵심이다.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풍력발전은 원자력발전과는 다르게 전기가 지속적으로 생산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이에 정부는 낮 시간대에 태양광·풍력으로 모은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ESS를 활성화 시켰다.

이렇게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순조로운 출발을 하는 듯했다. 그러나 2017년 8월 ESS 화재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22건의 사고가 발생했으며 작은 규모의 화재까지 파악하면 그 수는 어마어마할 것으로 추정된다.

ESS 배터리처럼 정부가 추진하는 작은 단위의 전기 영역은 처음부터 어떠한 규정도 없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ESS 보급과 진흥에만 몰두해 원인 미상의 화재사고를 초래했다.

실제로 2017년 8월부터 2018년 말까지 화재사고가 20건 가까이 발생했지만 전면적인 실태조사는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이러한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로 인해 현재 ESS의 산업 생태계는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

필자는 국가품질명장으로서 ESS 신산업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ESS는 대기업과 수많은 중소·중견기업의 부품이 들어가기 때문에 안전인증과 높은 수준의 품질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품질에 대한 별도의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진흥에만 급급했다.

아울러 정부가 화재사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노력중이지만 아직 이렇다 할 원인조차 밝히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과거 노트7 스마트폰과 BMW 자동차 화재사고는 불과 5개월 만에 원인이 밝혀져 조사가 완료됐다. 그에 반해 수십억원에 달하는 ESS 화재는 인명피해가 없고 국민들의 관심이 덜하다는 이유에서인지 사고조사가 늦게 시작됐으며 화재원인은 찾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정부는 최근 중간결과 브리핑에서 ESS 가동중단에 따른 피해보상을 REC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화재사고로 인해 ESS 가동이 중단된 기간만 따져보더라도 수조원의 REC 구매비용이 추산된다고 말한다. 결국 한국전력공사는 생산되지도 않은 전기를 사기 위해 수조원을 더 내야하는 것이고 이에 따른 전기요금 상승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정부는 피해보상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한전은 화재를 낸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의 결정대로 REC 보상을 하게 되면 종국에는 국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이렇게 정부의 잘못을 국민들에게 전가해서도 안 될 일이다.

이번 ESS 화재 사고는 정부가 신산업 활성화를 위해 보급과 진흥에만 초점을 맞추고 안전은 등한시한 결과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ESS 신산업을 다시 살리기 위해선 정부가 이제라도 기본을 탄탄히 다져야한다. 정부의 권고대로 안전점검을 마치고 재가동했지만 또 다시 화재가 발생한 경우가 빈번했다.

이제는 정말 화재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 것만이 ESS 신산업 생태계를 살릴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애매모호한 조사 결과로는 정부주도의 안전 기준을 만들 수도 없을 것이며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의 선도자 역할은 차지하지도 못할 것이다.

필자는 정부주도의 관련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명확한 화재 원인규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아울러 이 같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방향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원치 않으며 관련 ESS신산업 생태계도 다시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노력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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