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용 주차 공간 불필요…폐배터리 재사용 가능
삼성전자 C랩서 출발해 1년만에 프로토타입 개발

(왼쪽부터)허승회 선임, 이훈 대표, 신동혁 이사가 에바의 수동 카트형과 자율주행 로봇형 전기차 충전기를 시연했다.
(왼쪽부터)허승회 선임, 이훈 대표, 신동혁 이사가 에바의 수동 카트형과 자율주행 로봇형 전기차 충전기를 시연했다.

“이동식 충전기로 현재 전기차 충전의 근본적인 한계인 고정식 인프라에 대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친환경차 보급에 기여하겠습니다.”

이훈<사진> 에바(EVAR, 일렉트릭 비히클 어드밴스드 리차징) 대표는 세계 최초로 전기차를 자동으로 충전하는 자율주행 로봇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에바는 2017년 삼성전자의 사내벤처·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랩 공모전 과제로 선정돼 사내 임직원 대상 평가 1위를 기록하는 등 호응을 얻으며 스핀오프에 성공했다. 지난해 말 법인을 설립했고 올 초 삼성벤처투자로부터 초기투자를 받았다.

이 대표는 “전기차를 한 번이라도 몰아본 사람들은 다시 내연기관차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장점이 너무 많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얼리어댑터 성향이 짙으니까 충전에 대한 불편함만 해결되면 금방 전기차 시대가 오겠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또 “국내는 충전 인프라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전기차가 더 빨리 보급되고 있다”며 “이 추세면 조만간 전기차 충전기가 부족한 상황이 들이닥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전기차 충전기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프라를 확충해야 하는데 고정식의 경우 전기차 전용 주차 공간 확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마트폰도 보조 배터리로 충전하듯이 전기차 역시 그럴 수 있다고 단순하게 접근했다”며 “이후 주차장에서 자율 주행이 가능한 시스템을 탑재시켰고 전기차마다 충전 포트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자동 충전하는 도킹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거기에 탑재되는 배터리까지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에바가 개발한 이동형 충전기 라인업은 수동 카트형과 자율주행 로봇형 등 2가지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수동 카트형은 올해 필드테스트를 거쳐 내년에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목표다. 상업용 건물 또는 회사 등 관리자가 있는 곳이라면 충분한 수요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에바는 수동 카트형 충전기에 대한 관련 인증을 받고 난 뒤 삼성전자 주차장 등에서 올해 중 필드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에바의 자율주행 로봇형 충전기는 대용량 배터리가 탑재돼 완충시 전기차 2~3대를 충전할 수 있다. 최대 2km/h의 이동 속도로 주차장 내 자율주행이 가능하며 초음파, 라이다, 범퍼 등 3중 안전 센서를 통해 현재 위치 인식 및 위험 요소를 감지하고 비상 정지하거나 재출발을 할 수 있다.
에바의 자율주행 로봇형 충전기는 대용량 배터리가 탑재돼 완충시 전기차 2~3대를 충전할 수 있다. 최대 2km/h의 이동 속도로 주차장 내 자율주행이 가능하며 초음파, 라이다, 범퍼 등 3중 안전 센서를 통해 현재 위치 인식 및 위험 요소를 감지하고 비상 정지하거나 재출발을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자율주행버전은 오는 2020년 이후나 돼야 할 것 같다”며 “만약 지금이 자동차가 자율주행 하는 세상이라면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텐데 아직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에바의 자율주행 로봇형 충전기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나 대형건물 공동주차장에 적합한 솔루션이다. 고정식 충전기처럼 특정 주차 공간을 점유하지 않아도 되는데다 제품 크기 자체도 1개 주차면의 10분의 1정도 밖에 되지 않아 구석구석 자투리 공간에 설치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전기차 운전자들은 주차 후 표준 충전 케이블과 자동충전 커넥터를 연결해 번호판에 장착한 뒤 전기차 충전 포트에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이후 자율주행 로봇형 충전기가 해당 전기차에 와서 자동으로 도킹 후 전기차 충전을 시작한다.

이와 관련 에바는 수동 카트형 및 자율주행 로봇형 충전기에 대한 다수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다만 이 대표는 몇 가지 규제 이슈가 해결돼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소비자에게 재판매하는 것과 도킹하는 커넥터 등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에바는 정부에서 추진 중인 규제자유특구 또는 규제샌드박스 등의 제도를 활용해 실증사업을 하는 것을 단기 계획으로 세웠다.

에바는 전기차 폐배터리를 자사 이동식 충전기에 재사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업체와 협력한다는 복안이다.

한편 이 대표는 “삼성전자 C랩에서 로봇 분야 비전공자들이 모여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1년만에 프로토타입의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했고, 게다가 스핀오프한지 3달만에 수동이동형까지 개발한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열의와 열정을 가지고 바닥부터 해쳐왔고 앞으로도 차근차근 다음 스텝을 밟아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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