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있는 공장들이 대기오염물질 측정을 담당한 회사와 결탁해 미세먼지 원인 물질 수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측정을 의뢰한 235곳에 대해 지난 2015년부터 4년간 대기오염 물질 측정값을 축소해 조작하거나 실제로 측정하지도 않고 허위 성적서를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들 가운데는 국가를 대표할만한 대기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LG화학이나 한화케미칼은 이미 확인됐고, GS칼텍스와 롯데케미칼 등도 정황이 포착돼 보강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15년부터 4년 동안 이같은 일을 저질렀는데, 그 횟수만 1만3000건이 넘는다. 실제 측정도 하지 않은 건수는 8843건이고, 전체의 30% 정도인 4253건은 측정값을 실제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기막힌 것은 이들 대기업은 대행업체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얼마의 측정치를 원하느냐는 등의 메시지까지 주고받으며 아무런 죄의식 없이 수치를 조작했다.

이같은 일이 가능했던 것은 제도 때문이다.

현행제도에 따르면 오염물질 농도를 제출해야 하는 기업은 직접 대행사를 선정하도록 돼 있다. 제도가 이렇다보니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수치를 낮춰야 하기 때문에 대행사를 손아귀에서 갖고 놀았고, 일감 확보가 급한 대행사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관리감독 주체인 정부는 이들이 내놓은 결과를 그대로 발표해 말 그대로 대국민 사기극을 완성시켰다.

정부와 정치권은 조작사태가 드러나자 뒤늦게 대기오염 물질 측정을 위한 공공기관 설립 추진 운운하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특히 지역구 의원들은 “수사가 미진할 경우 국정감사에서 적극 다루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다.

당연한 반응이지만 해당 대기업들은 환경부 발표 이후 조작을 인정하고 사태 수습을 위해 부랴부랴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LG화학은 연간 8만t, 매출 1000억원에 달하는 해당 생산라인 가동을 완전 중단하겠다고 했고, 한화케미칼은 "대기오염 물질 배출에 관한 측정 기록이 허위 기재된 사실에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그린피스 등 환경 단체는 성명을 내고 "(배출량 조작에 대해) '부당한 지시 때 1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 측정 결과 거짓 기록 때 과태료 500만원 이하 또는 경고 및 조업 정지'라는 현행 처벌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로는 이런 사태를 막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문제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돼 있다. 중국에서는 미세먼지로 인해 해마다 수천 명이 생명을 잃고 있다. 고령화가 심해지는 우리나라 역시 오염물질로 인해 생명을 잃는 숫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무색하지만,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법체계를 갖춰야 한다. 해당 기업이 측정업체를 지정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고, 처벌기준도 높이라는 얘기다. 작금에 대기오염물질 측정에 대해 전방위 조사를 실시해 제대로 된 체계를 만들라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지자체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테스크포스를 구성하는 것도 재발방지를 위한 방안일 것이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