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 기자
이석희 기자

지난 3월 부산의 한 아파트 현장에서 승강기를 교체하던 설치작업자 2명이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작업자가 승강기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 이중 장치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명확한 사고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관련 업계에선 이번 사고를 계기로 승강기 설치공사에 대한 전반적인 의식전환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특히 잇따른 사고발생으로 승강기설치 하도급은 ‘위험의 외주화’로 인식되며, 이를 막기 위한 법규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도급승인제’에 승강기설치공사를 포함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도급승인제는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의 도급, 즉 하청을 규제하는 도급인가제가 한층 강화된 개념이다.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해·위험한 작업에 대해 사내도급 시 승인을 받도록 했지만 승강기설치공사는 빠져 있다.

현재 우리나라 메이저 승강기 기업들은 자사 제품의 95% 이상을 협력사인 공사업체에 외주를 주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사와 승강기제조사, 설치공사업체는 이른바 ‘갑-을-병’으로 묶인 사실상 하도급 관계라고 볼 수 있다.

건설사로부터 저가로 엘리베이터를 수주한 메이저 제조사들은 공사업체에 설치를 맡긴다. 분업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는 메이저 기업들에게 최저가 가격경쟁을 부추기고, 메이저 기업들은 마진을 많이 남기기 위해 설치비용을 최대한 낮게 책정하려 한다.

더구나 건설사의 무리한 납기단축 요구에 공사업체의 부실시공과 사고 위험성 커져 간다. 이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우리나라 승강기 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고를 예방하고, 승강기 품질을 높이며, 건강한 산업생태계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승강기 설치도급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관련 법령 개선은 필수다. 일명 ‘김용균법’은 승강기 설치공사에도 적용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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