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영국 정부기관에서의 업무는 EU의 배터리 재활용 법을 영국에 적용시키는 것이었다. 나는 경제학자들과 함께 일하며 배터리를 수거하고 재활용 하는 여러 방법에 대해 논의 했었다. 당시 신입이었던 나는 내가 했던 업무들이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알지 못했으나, 현재 영국에는 배터리를 판매하는 모든 가게들에 배터리 재활용 설비 시설이 갖춰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시설들은 나에게 우리가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의 영향이 당장은 알 수 없더라도 미래에는 분명히 나타날 것 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최근 유럽과 아시아에서 탈 탄소 경제로의 전환과 활성화의 필요성에 대한 얘기는 꾸준히 접할 수 있다. 전 세계는 지금 이 전환과 활성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국 또한 여러 미래 산업들에 투자하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주요 관심 분야 중 하나가 바로 배터리 산업이다.

배터리 산업이 주요 관심 분야 중 하나로 선정되며 패러데이 인스티튜션이 전기 화학적 에너지 저장 연구 및 기술개발을 위한 영국의 독립적 연구소로 설립됐다. 패러데이 인스티튜션은 영국 배터리 산업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맥킨지 에너지 인사이트 (McKinsey Energy Insight)와 옥스포드대학 전문가들과 함께 2040년 영국의 전기차 및 배터리 셀 생산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곧 발표 될 이 연구의 주요 내용은 영국 내 수요를 맞추기 위해선 2014년까지 연간 60에서 200 기가와트의 배터리 생산이 요구 된다는 것이다. 연간 60에서 200 기가와트의 생산량은 4-13개의 초대형 제조 시설과 5-18억 파운드의 투자 기회와 동일한 규모이다.

나는 이와 같은 수요를 맞추기 위해선 여러 기업들과 협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패러데이 인스티튜션 또한 같은 생각이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패러데이 인스티튜션의 대표 닐 모리스와 프로그램 관리 책임자 알렌 패터슨은 다양한 배터리 셀 제조사, 대학, 그리고 자동차 제조사 연구팀을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눴다. 한국 산업계와의 만남을 통해 우리는 배터리 연구개발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과 이 분야의 전문가로서 한국과 영국이 서로를 통해 배울 수 있는게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우리는 한국 연구자들이 영국과 비슷한 연구개발 우선 순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비슷한 연구 관심 분야는 다양한 협력 기회, 특히 상용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게 해줬다.

현재 패러데이 인스티튜트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 중 세 개는 리튬 이온 전지 화학, 성능 및 재활용성 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다. 네 번째 프로젝트는 대규모로 사용될 수 있는 고체 배터리 개발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위험성이 높지만 성공 시 큰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하반기에는 차세대 리튬 이온 음극 재료, 전극 제조, 나트륨 이온 전지 및 리튬 이온을 넘어선 대체 전지 화학에 대한 네 개의 연구개발 프로젝트들이 실시 될 예정이다.

패러데이 인스티튜션은 영국 정부가 4년간 2억4600만 파운드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패러데이 챌린지 (Faraday Battery Challenge)의 세 부분 중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패러데이 챌린지는 기업들과 공동 투자해 진행되는 연구개발 프로그램이다. 패러데이 챌린지의 일환으로 설립 된 영국 배터리 산업화 센터 (UK Battery Industrialisation Centre)는 학자들과 기업들의 오픈 액세스를 장려함으로써 영국 배터리 산업의 신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지원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여러 기관 및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영국의 배터리 산업 혁신과 연구개발은 큰 진전을 이루고 있으며, 해외 배터리 제조사에게도 많은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은 여전히 유럽에서 가장 매력적인 해외직접투자지다.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적은 그리드 관련 배출량을 가지고 있으며 탈 탄소 경제를 위한 국가적 계획을 가지고 있다. 유럽에서 네 번째로 큰 자동차 제조국인 영국은 안정적인 화학 산업과 전기차 제조 전문성, 그리고 강한 기술 기반을 강점으로 가지고 있다 – 선더랜드에 위치한 AESC 배터리 공장은 유럽 최초의 배터리 생산 시설이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근처에 위치한 닛산의 자동차 조립 공장은 최근까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생산성을 자랑했다.

영국이 배터리 산업을 포함한 미래 산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다국적 협업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배터리 산업이 보여주는 능력과 노력은 한국과 영국 사이에 이뤄질 수 있는 수많은 협력 기회를 나타내고 있다. 오래전 진행했던 배터리 관련 업무가 현재의 내 일에도 미치는 영향을 보며 나는 한국과 영국이 협력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한국과 영국이 함께 한다면 배터리 산업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라 믿는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