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산업, 시민 주도형 분산전원 통해 시장자유화로 가야”

허인회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이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내린 적이 있다. 특혜를 받고 서울시가 추진하는 미니태양광사업을 독점했다는 게 이유다.

사업 초기 전체 사업의 30% 정도를 녹색드림협동조합에서 시행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사업구조를 보면 ‘특혜’,‘독점’이란 단어는 좀 머쓱해진다.

서울시의 보조금을 받은 미니태양광 설치 주민이 사업자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3개의 협동조합이 60%의 시장을 점유하며 사업을 해왔고, 선택은 주민들이 했다. 허 이사장도 “서울시 미니태양광사업에 대한 오해에서 출발한 것으로 주민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영업을 통해 얻어낸 성과로 직원과 조합원의 노력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 녹색드림협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허인회 이사장은 사업자 대표의 이미지보다는 에너지정책 전문가에 가까운 폭넓은 정책지식과 산업에 대해 이해가 깊었다. 허 이사장은 2008년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하며 국제 에너지산업의 역학관계 등에 깊은 관심을 갖고 독학으로 공부 했다고 한다.

허 이사장은 에너지산업은 석탄, 원자력시장에서 재생에너지, LNG 시대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에너지산업의 빅뱅이 곧 올 것으로 진단했다.

“현재 에너지산업은 대기업 독점의 시대가 공고화 돼 있습니다. 이런 독점 구조는 가격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재생에너지 중심의 분산전원의 확대가 필요합니다. 분산전원의 확대는 시민 주도형 시장자유화의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분산전원이 확산된 국가는 지방자치가 잘돼 있는데 이 말은 곧 민관이 시장에 참여해 산업을 이끌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허 이사장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관심을 갖고 현실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 묻자 브라질 시인이 쓴 ‘꽃과 메스꺼움’의 시 한 토막으로 답했다.

‘지구에 대한 범죄, 그것을 어떻게 용서할 것인가? 나도 동참하거나 은폐한 범죄….’

허 이사장은 “지구온난화라는 명백한 사실에도 자본의 이익을 위해 부정하는 세력들을 보며 이는 다음 세대가 아니라 지구에 사는 뭇 생명에 대한 범죄”라며“인간에게 식량과 에너지는 삶의 기본 요건이다. 지구의 뭇 생명과 함께 공존하고 공유할 수 있는 삶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이러한 고민에서 ‘녹색’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 계획은.

-태양광발전 사업은 문재인 정부와 서울시의 정책에 따라 그 발전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태양광발전의 설치비용을 지금보다 현격히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태양광 기술 초기에는 기존 발전방식에 비해 수백 배나 비쌌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노력의 결과 태양광발전 관련 산업의 질적, 양적 성장을 이뤘습니다. 2018년 10월 현재의 태양광 기술로 한국의 산업용·가정용 모든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전체 국토 면적의 1.5%만 태양광을 설치해도 가능합니다. 이는 1.5%도 숲을 훼손하는 방법이 아니라 전체 국토면적의 17%를 차지하는 도시지역(국토교통부 ‘2017년 도시계획 현황 통계’)의 10%만 한정해 설치해도 충분합니다. 2018년 현재 전력 생산단가에서 재생에너지가 원자력발전을 넘어선 국가는 영국, 독일, 인도, 미국, 중국 등 5개국입니다. 앞으로 3년 이내에 전 세계적으로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할 전망이기 때문에 지금 태양광에 대한 정부의 집중투자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태양광 확대가 국내보다는 해외기업만 배불릴 것이란 지적이 있습니다.

-한국은 원전도 세계 최고의 기술이지만 태양광 관련 주요 기술 또한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대표적으로 동양OCI와 한화케미칼의 폴리실리콘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또한 웅진에너지는 태양광 웨이퍼 기술이 월등합니다. 아울러 한화, 현대, LG, 신성, 한솔은 가장 우수하고 안전한 모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해 LG, 삼성SDI 등은 세계 최고의 ESS 저장장치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연구·투자하고 있습니다. 이 부품들을 사용하는 태양광 및 재생에너지 시장을 통해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일자리를 상생·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녹색드림협동조합은 지금껏 쌓아온 모든 노하우를 나눌 예정입니다.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영업 노하우까지 모든 부분을 이 길에 함께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공유할 예정입니다.

▶보조금 중심의 재생에너지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많은데.

-석유산업도 안착 초기 보호적 규제와 각종 지원정책을 통해 산업이 성장했습니다. 재생에너지사업도 현재는 시작 단계이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사업도 석유산업처럼 안착된다면 보조금 중심에서 벗어날 것이라 봅니다. 재생에너지사업이 보조금 중심이라고 비판하는 주체들에 대한 의문을 던져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부분 기존 에너지산업에서 이득을 본 것이 대기업인데, 이들은 정부의 지원을 통해 성장해왔습니다. 신규 산업인 재생에너지산업을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이율 배반이라고 생각합니다.

▶'3020'의 성공을 위한 제언을 해준다면.

-현장에서 느낀 몇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신재생에너지 보급 관련 OECD 국가들 중 통계자료가 제출된 국가 26개국 중에 한국은 24위입니다. 정부의 3020 계획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확장하겠다는 겁니다. 10년 뒤에 20%까지 늘리면 10년 뒤에도 여전히 OECD 26개국 중 24위일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23위 또는 19위로 가는 것은 현재의 3020 계획으로는 불가능합니다. 3030 정도의 계획은 세워야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부 정책과 현장 상황의 미스매치가 문제입니다. 중앙정부는 태양광 사업에 대한 강조와 주민과 더불어 개발·번영이 이뤄지는 지역 상생의 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정권 초기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발전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하지만 하부로 내려갈수록 그에 대한 이해도가 낮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는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유휴부지에 주민참여형 태양광발전소를 설치, 운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공공기관 하위 기관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발표가 있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에너지라는 것이 특정 부서의 일이라고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움직여야 할 기관들이 정부의 발표 자체에 관심을 두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려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중앙정부의 의지와 달리 지자체 단위에서는 난개발에 따른 지역 주민의 반발로 지역 주민의 표를 의식해 태양광 사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난개발은 지역 주민이 배제된 대규모 태양광 사업 때문입니다. 지역 주민에게 이익이 돌아가고 난개발을 하지 않는 사업이라면 결코 주민들이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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