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현 영남본부장
윤재현 영남본부장

기자는 성대법대를 졸업했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2개나 끼고 있는 김병현 선수는 기자의 법대 후배지만 솔직히 친하지 않다. 친하기는커녕 만난 기억도 없다.

조교 시절 법철학 수업 시험감독을 들어갔다.

고시공부에 찌든 법대생과 달리 키 크고 잘생긴 학생이 시험시작 10분 만에 답안지를 제출하고 교실을 나가는 것이었다. 황당했던 나는 학생을 불러 “공부를 안했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성의는 보여야 한다”고 야단쳤다. 그 때 그 학생(이하 K)은 “저 야구선순데요”라고 했다. 당시 김병현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주가가 높던 시절이라 나는 조교의 권한(?)을 이용해 친하게 지냈다. K는 생각보다 착하고 순진했다. 친해지자 K는 졸업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했다. A는 기대도 안하고 D만 받으면 된다고 했다.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운동선수 편의를 봐주지만 몇몇 교수들은 운동선수라고 봐주는 것이 없었다. 어쨌든 K는 졸업 했다. 다른 야구선수도 대부분 졸업했을 것이다.

K가 말한 한국에서 운동하기 위한 조건은 3가지 였다. ▲돈 ▲재능 ▲좋은 감독이었다. 본인도 코치에게 찍혀서 전학을 갔고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는 자녀를 야구선수로 키우기 위해 많은 돈을 썼다고 했다. 그래서 대학에 들어오면서 학교로부터 억대가 넘는 계약금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아버지가 K를 운동선수로 뒷바라지하기 위해 쓴 돈에 비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K는 “야구선수 인기가 너무 좋아 나이트클럽 가면 여자들에게 발목잡힐까봐 성대 법대 학생이라고 하지 야구선수라고 하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도 했다. 일반 학생보다 재미있는 학창시절을 보내는 것 같은 K도 대학 대신에 프로야구단을 가고 싶다고 했다. 실력이 프로에 갈 정도까지는 되지 않아 할 수 없이 대학을 왔다고 했다.

대학은 입학 때 계약금 받으면 끝이지만 프로는 계속 연봉을 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대부분의 프로구단이 선수를 때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법대생이 형법상 상습폭행을 당하는 것을 보고 형법 수업을 안 들었냐고 야단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형법 수업을 듣기는커녕 형법교교과서와 법전을 가지고 있는지도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K는 공부를 다시 하는 것은 답답한 일이고 운동 시작한 후 본인을 포함 가족이 운동선수로 대성하기를 기대했기 때문에 다시 공부할 수는 없다고 했다.

K는 공부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일반 학생들과는 잘 알지 못했다. 운동이 전부였다. 운동을 포기한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냐고 하니 잘 모르겠다고 했다. 성급한 판단이지만 인생의 낙오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운동 말고는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체육계가 일반사회와 달리 폭행이 가능했던 것도 사회와 격리되고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운동선수 중 일부는 조폭으로 들어간다는 말로 들려온다. 취직이 되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다면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예상과 달리 유도선수가 많지 않다고 한다. 유도는 나름대로 사설 학원이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운동선수도 공부해야 한다. 운동이 아니더라도 사회 구성원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그리고 일반 학생, 일반인들과 어울리고 소통해야 한다. 국민들도 폭행으로 만들어진 올림픽 금메달을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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