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한-중-러-일 계통연계 구상도. 제공:한국전력
동북아 한-중-러-일 계통연계 구상도. 제공:한국전력

‘전력섬’ 동북아 HVDC로 연결되나

정부가 ‘3020’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58.6GW를 설치할 계획이다. 석탄과 원자력 등 값싼 화석연료 대신 청정 자연에너지를 보급하겠다는 정책인데 세계적인 흐름이다. 다만 전력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본다면 신재생의 간헐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숙제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신재생 중심의 에너지정책을 추진하는 나라들은 국가 간 연계를 통해 전력을 융통하며 간헐성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 국가별로 다른 피크시간을 이용해 효율적으로 전력을 사용하는 방식인데, 국가 간 가격 차이를 이용할 경우 전력수출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전력분야에서 에너지의 흐름은 어찌보면 세계적인 추세다. 공유경제의 전력시장에도 도입된 것이다.

예전에는 전력을 수출하기 위한 국가 간의 전력계통 연계였다면 현재는 신재생자원 공동개발과 친환경 자원개발을 위한 에너지 협력으로 국가 간 계통 연계가 확산되는 추세이다.

전 세계적으로 80여개의 전력망이 연결돼 250GW 이상의 전력이 국가 간에 융통되고 있다.

다만 동북아시아 지역은 지형적, 정치적 여건 등으로 국가 간 전력계통 연계가 안 된 불모지로 남겨져 있다.

국가 간 전력계통 연결은 1901년 나이아가라 폭포의 수력자원을 공동 활용하기 위해 미국과 캐나다 간 연계가 세계 최초다. 1929년에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간의 계통연계가 유럽에서 최초로 시행됐다. 1950년대 이후 대륙 내에서 국가 간 전력망 상호 연계가 활발해졌다. 현재 전 세계에는 동·서·북유럽을 통합한 유럽전력연계망, 북미, 남미, 아프리카, 중동 및 동남아시나 전력망 연계 등 동북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에 국가 간 전력연계망이 연계됐다.

유럽처럼 대륙 전체를 전력망으로 연결해 전력을 자유롭게 융통하거나 중국, 인도, 브라질과 같이 규모가 큰 국가에서 1000~2000km까지 장거리 송전 시 HVDC 기술이 사용된다.

전력계통 관계자는 “주파수 등이 서로 다른 국가 간 전력을 연계할 때 HVDC 설비가 필요하며 특히 대단위 전원지역과 부하중심지 간의 송전거리가 수백km가 넘어 교류송전의 기술성과 경제성이 직류송전에 비해 떨어질 때 HVDC 송전을 사용하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국토가 넓은 중국과 브라질, 미국 등은 HVDC 송전이 활발히 건설된다.

중국 양쯔강 상류에서 수력발전을 해 상하이, 광둥 등 동부해안 및 남부지역 부하중심지로 연계하는 HVDC 송전선로와 브라질과 파라과이 국경의 파라나강에 세워진 이타푸이(ITAIPU) 댐의 수력발전소(용량 1400만kW)에서 동부 부하 중심지로 연계하는 HVDC 송전선로가 대표적이다.

또 캐나다 Hydro Quebec에서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으로 연계하는 HVDC 송전선로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특히 장거리 교류송전계통의 안정도를 개선하기 위해 HVDC를 병행 연계하는 경우도 있는데, 미국 캘리포니아 Pacific Inter-Tie HVDC가 대표적인 예다.

북유럽 슈퍼그리드, 아프리카 ‘데저텍’ 등 대형 HVDC 사업 계획

2015년 말 파리선언문 채택 후 각국은 CO2 감축을 위한 의무이행 약속 때문에 에너지효율과 친환경에너지 사용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규모 해상 풍력단지 개발에 적극적인 유럽이 HVDC사업에도 가장 활발하다. 유럽 각국은 2020년까지 40GW, 2030년 150GW의 해상풍력을 설치할 계획이다. 150GW는 현재 우리나라 전체 설비용량인 100GW의 1.5배 수준이다.

유럽 북해연안 9개국은 2009년 12월 ‘SUPER GRID PROJECT’에 합의했으며, 2010년 3월 유럽 에너지정상회담에서 슈퍼그리드 가속화 계획에 합의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합의문은 1조 유로의 자금을 마련하고 에너지 기반시설의 현대화 계획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특히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80~95%까지 감축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시스템의 혁신이 반드시 필요한데 지금이 바로 시작할 때다’라고 명시했다. 이에 발맞춰 영국-네덜란드, 노르웨이-영국, 아이슬란드-영국, 핀란드-에스토니아, 스웨덴-리투아니아 등의 국가 간, 대륙 간 슈퍼그리드 구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EuroLink 프로젝트는 독일, 폴란드, 벨라루스를 거쳐 러시아까지 대륙을 가로지르는 HVDC 가공 송전선로로 ±500kV의 송전전압에 4GW의 전력공급이 가능할 전망이다.

아프리가 대륙의 전력망 연계에도 HVDC로 송전을 한다.

'데저텍(DESERTEC)'으로 불리는 아프리카판 슈퍼그리드는 사하라사막에 대규모 태양열발전소를 건설하고 생산 전력을 지중해 남유럽과 중동국가로 송전하는 프로젝트다. 사하라 사막 면적의 1%만 이용해도 470G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외에도 아프리카는 중부 아프리카의 수력전원을 북쪽 이집트와 남쪽 남아공까지 수송하는 'GRAND INGA PROJECT'가 추진되고 있다.

한-중 연계 논의 활발, 한-러 연계도 진행 중

동북아 전력연계는 동북아 정세와 밀접하다. 남북관계가 좋지 않을 때는 망 연계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지만 현재의 해빙무드는 전력망 연계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가장 활발한 것은 한국-중국의 전력계통 연계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에너지협력에 대한 논의가 있은 후 2017년 12월 전력사 간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현재는 양국 전력사 간 비즈모델을 확보하고 본격적인 계통연계 추진을 위한 실무적인 검토가 진행 중에 있다.

몽골에서 생산되는 신재생에너지를 중국-한국-일본을 통한 국가 간 계통연계를 통해 에너지를 융통하는 사업은 3개 국가가 동의하는 성공적인 사업 모델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계통을 연결할 경우 한국은 계통보강, 전기품질 등의 저하보다는 수도권 연계 北上潮流 저감과 운영예비력 필요량 감소 등의 효과가 예상된다.

한-중 계통연계 사업은 현재 양국 전력사 간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 수립을 위해 공동운영위원회와 워킹그룹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한-중 정부에서도 사업모델 개발 수립 시에는 전력망 연계 추진을 위한 정부차원 간의 공동선언을 준비하는 등 사업추진에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기술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기 위해 국내외 HVDC 제작사와 경제성, 기술성을 합동 검토하고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 케이블·변환분야에 별도 TF를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는 풍부한 수력자원과 천연가스, 석탄 에너지 자원을 갖고 있는 한국-러시아 간 전력 계통연계도 한 축에서 논의되고 있다.

2018년 6월 양국 정부 간에 에너지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으며, 이어 전력사 간에도 한전과 로세티 간에 전력연계를 위한 공동연구를 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양국 전력 기관 간 경제성ㆍ기술성 검토로 효율적 계통연계 방안 도출을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성공적인 공동연구 결과 도출을 위해 금융, 기술, 건설, 법·제도 4개 분야의 실무자로 구성된 워킹그룹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한국-일본 간 전력계통연계는 소프트뱅크 등의 일부 민간에서부터 몽골지역의 신재생에너지 한-중-일 계통연계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반면 일본 정부 및 전력사는 공식적인 의견 없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2020년 예정된 발전ㆍ송전 분리 시 송전망 회사들은 자사 송전망을 이용할 발전력을 찾는 경쟁 구도가 형성될 전망으로 이 경우 소프트뱅크는 일본 전력시장에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한­-일 간 전력망 연계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한-일 계통연계 사업 추진을 위해 국가 간 계통연계 필요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본 연계지역 전력회사와 협력채널을 확보해 나가고, 정부 간에도 협력 확대 추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전-소프트뱅크 간 공동 해양조사(Desktop-study) 등을 병행해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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