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소비구조혁신 토론회
시장 형성까지 규제보다 인센티브
낮은 에너지 가격 기업 의지 꺾어

제3차 에기본 토론회의 후속으로 국가 에너지효율 혁신전략 및 부문별 혁신방안 도출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에서는 산업과 수송 부문에 대해 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눴다.
제3차 에기본 토론회의 후속으로 국가 에너지효율 혁신전략 및 부문별 혁신방안 도출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에서는 산업과 수송 부문에 대해 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눴다.

산업부문의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제도·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업들이 현재 에너지,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만큼 인센티브 부여를 통해 효율화를 적극적으로 꾀하고, 이후 제도가 안착되도록 기업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시장 제도가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15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국가 에너지효율 혁신전략 토론회(2차)에서는 이와 관련한 수송·산업부문 에너지 효율화 전략을 놓고 전문가들이 의견을 교환했다.

◆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시장 만들어야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산업부문의 에너지 효율화가 더 절실한 상황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 명목상의 프로그램이 아닌 기업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가 설계돼야 한다고 입 모았다.

김용하 인천대학교 교수는 “국내 에너지 원단위는 좋은 편이 아니”라며 “특히 산업 부문 원단위는 더 좋지 않기 때문에 산업부문 효율향상을 위해 여러 정책이 대폭 정비되고 개선돼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산업부문은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62%를 차지한다. 전력 소비 부문에서 떼어놓고 봐도 산업이 반 이상(54.3%)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산업부문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김 교수는 “산업부문에서의 에너지효율이 제고된다면 국가 전체의 에너지효율 향상 효과가 커질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충분한 재원을 지원해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사례를 들며 제도 초기에는 충분한 재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미국, 독일, 영국 등 해외국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에너지원단위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이유는 ‘참여하고 싶은 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독일은 에너지효율 개선계획에 따라 효율향상에 170억유로를 지원하고, 기존 건물 에너지 리모델링, 고효율 건물 신축 등에 저금리 대출을 지원한다. 일본은 에너지원단위 감축을 위해 의무 규제를 활용하지만 효율관리가 비교적 어려운 중소기업에게 에너지절약 어드바이저를 제공하는 등 절감 활동에 대한 비용을 지원한다.

김 교수는 “초기 단계에서는 에너지효율과 관련한 시장이 형성되기 어렵기 때문에 보조금과 지원금을 투입하는 것”이라며 “지원금 같은 인센티브 없이 시장이 운영될 수 있을 때까지는 규제보다는 인센티브를 통해 효율화 활성화를 도모해야한다”고 말했다.

국내에 도입된 효율화 제도에 대한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세계 각국의 괜찮은 (효율화) 제도 중 한국에 도입 안 된 게 드물다”면서 “그럼에도 해당 제도들의 효과가 미미한 것은 단편적인 부분만을 떼 오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안윤기 포스코 상무 역시 효율화 제도에 대해 “해외 사례 벤치마킹을 잘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해당제도가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운용할 수 있는지 따져야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수립하고 있는 국가에너지효율혁신전략이 추진력을 가지려면 기업들이 나서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환경과 에너지를 고려하는 것을 기업이 외생변수로 인식한다면 어떤 제도를 갖다놔도 소용이 없다”며 “기업이 생산함수와 소비함수에 환경에너지 함수를 넣어 의사결정이 되는 구조(시스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 “에너지 가격 구조 개편이 병행되지 않으면 소용없어”

이날 모인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결국 ‘에너지 가격’ 문제로 수렴했다. 효율과 소비를 조절하는 데 필요한 것은 ‘비싸다’는 인식이 소비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청중석에 있던 김천곤 산업연구원 서비스산업연구본부 연구위원은 “에너지소비를 줄이기 위한 가장 경제적인 방법은 가격에 대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것은 다시 말하면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이 쓸 수 있다는 얘기가 돼 소비가 더 증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효율 수단·방법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소비가 늘어나는 리바운드 효과를 지적한 것이다.

김용하 교수는 이에 대해 동의하면서 “에너지 요금이 왜곡됐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그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효율향상은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낮은 에너지 가격으로 인해 효율 제고에 대한 기업들의 의지가 약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노충호 에코시안 수석은 “FEMS(공장 에너지 관리시스템)를 현장에서 설치하고 관련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느끼는 것은 기업에게 (에너지) 효율화와 관련한 부문은 투자의 후순위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생산이나 품질에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에너지 가격은 비교적 값싸기 때문에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토론의 좌장을 맡은 김정인 중앙대 교수 역시 “전력요금처럼 가격 체계가 왜곡돼 있는 상황에서 효율화 제도만으로는 에너지 소비를 낮추고 효율을 올리기 어렵다”며 “에너지 가격구조개편과 함께 (효율화 제도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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