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공사 분리발주를 지키지 않은 기관에 대해 법원이 벌금형을 내린 것은 전기공사업법 11조에서 규정한 분리발주의 당위성을 법적으로 명확히 판단해 준 것이다. 향후 분리발주 논쟁의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되어야한다.

서울투자운용은 지난 2017년 강일2지구 공공주택 건설공사를 발주사면서 통합공사로 발주했다.

공사금액만 145억 5000만원에 달하는 대규모 공사로 전기공사업체들은 누구나 한번쯤은 대박 낙찰 꿈을 꾸기에 충분한 공사였다. 일반적인 아파트 건설공사로 규모와 성격 면에서 분리발주 예외 사유에 해당되지 않지만 해당 기관은 턴키로 입찰을 실시했다.

법원은 “경영적 판단에 따른 턴키 입찰에 대해 분리발주 예외 사유에 해당 된다고 볼 수 없다”고 명시해 향후 분리발주 논쟁의 기준을 법적 판단으로 정해준 것이다. 그동안 일부 공공기관 및 지방자체단체에선 발주기관의 편의에 따라 기술제안입찰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분리발주를 무력화 했다. 이를 지키지 않은 기관들의 변명은 공정의 전문성, 기술난이도, 바쁜 일정 등을 꼽으며 분리발주를 지키지 않았다. 이럴 때마나 전기공사업계는 어깨띠를 둘러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기공사업계의 역사를 분리발주를 지켜 내기 위한 노력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발주자의 고유 권한을 언급하며 타파해야 할 규제중 하나로 분리발주는 항상 언급됐다.

분리발주를 무력화 하려는 시도를 하면서 시장논리가 인용되고, 국민의 편익을 슬그머니 갔다 끼워 넣었다. 하지만 고용창출, 부가가치 창출, 국민의 편익 측면에서 보면 분리발주를 하는것이 훨씬 장점이 많다는 것은 주요 연구기관의 분석에서도 명확히 입증된 사실이다.

또 전기공사업계가 분리발주 사수를 위해 한 목소리를 내며 전면에 나서는 것은 시공품질 확보, 경제성 등 다양한 이유들이 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이유는 공정한 경쟁과 전문성이다.

분리발주가 없다면 전기공사업체는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하청업체로 전락하면 국가 기반산업 중 핵심인 전력산업의 전문성 저하로 이러질 수 있다.

평소 받던 돈의 반값으로 일하는데 기술을 개발할 필요도 없고, 인력을 양성할 명분도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분리발주 법제화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정책 보다는 전력산업 전체의 경쟁력 향상을위한 정책으로 봐야한다. 또 우리사회의 고질병이 불평등이다.

분리발주를 무력화해 전기 통신 등 전문 업체들이 아예 경쟁에도 참여하지 못한 다면, 사회적 갈등만 키울 것이다. 최근 우리사회를 관통한 키워드는 위험의 외주화다. ‘위험의 외주화’ 측면에서 본다면 분리발주는 적정 공사비를 보장함으로써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전문인력이 직접 시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분리발주가 업 역간 밥그릇 싸움이니, 시장논리니 하는 업계의 자기 정당화 주장을 넘어 시공현장을 그마나 따듯하게 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다. 그래서 이번 법원의 판단은 가치와 의미가 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