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저렴 과소비 부추겨 원가에 기반해 합리적 조정 필요
구입비연동제 통해 연료가격 변동과 외부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석탄 등 발전소 운영 중단, 허가 취소시 보상해주는 법안 필요

“의정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은 에너지정책은 다양한 방향에서 검토하고, 국민들의 편익, 경제성, 안정성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하는데 현재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논쟁을 보면 각자의 진영에서 필요한 면만 보면서 주장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에너지전환을 통한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가야 할 방향은 맞습니다. 원전과 신재생이 분야가 서로 옳다고 논쟁 하는 사이 석탄발전량은 늘어나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배출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어요. 전기요금 인상 없이는 현실적으로 탈원전과 탈석탄을 동시에 추진하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요금체계 개선,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에너지정책 등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올해 의정활동 중 에너지 분야에서 역점을 두고 활동할 부분은.

“올해는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전환정책과 관련해 국회 내에서 좀 더 치열한 논의를 진행하는 데 역점을 둘 계획입니다. 정권과 상관없이 일관적이고 지속적인 정책의 추진을 위해서는 공론화 과정과 의회에서의 입법 과정이 매우 중요하거든요. 현 정부는 대통령 공약 이행이라는 이유로 탈원전 정책을 결정함으로써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과 정치권의 정쟁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에너지전환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이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반쪽짜리에 불과합니다.

목표만 있지 구체적인 수단이 없거든요. 단적인 예로 에너지전환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수요관리인데 마땅한 수단이 없죠.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하려면 당연히 돈이 들어가는데 에너지 가격체계 개편 없이 수요관리를 하겠다고 하니 공급위주의 기존 에너지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에너지특위 간사를 맞고 계신데 특위에선 어떤 분야에 역점을 둘 계획인가요.

“현재 진행 중인 에너지특위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과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여당과 야당 간 이 문제를 두고 회의 때마다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고 있는데 양쪽 진영의 철학과 이데올로기가 대립하다 보니 평행선을 달리고 있죠. 그래서 앞으로는 특위 의원들이 추천한 전문가들도 회의에 참석해 전문가들 간 토론도 할 계획입니다.

물론 균등화발전원가(LCOE), 원전의 안전성, 재생에너지 간헐성 대비 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간에도 의견이 다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기회가 된다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처럼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론화 절차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중장기 에너지정책의 뼈대라 할 수 있는 3차 에기본 정부안이 이달 중 나올 예정인데 워킹그룹이 발표한 초안에서 보완 수정할 부분이 있다면.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에서는 수요관리 혁신, 에너지신산업 육성, 연료세제 개편 및 시장기능 활성화 등 많은 숙제를 나열했지만 정작 중요한 얼마의 비용이 들 것인지, 가격을 얼마나 올려야 하는지, 시장제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 현 정부가 임기 내 에너지가격 인상을 염두에 두지 않아 목표만 있을 뿐 마땅한 수단이 없는 것이죠.

에너지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에너지 가격입니다. 하지만 현 정부는 대통령 임기 내에 에너지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정부가 에너지전환 방향을 정한 만큼 요금이 오를 수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솔직히 알리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죠.

또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40년까지 25~40%로 확대한다는 정책목표를 제시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계획이 없는 점 또한 한계입니다. 워킹그룹에 참여했던 분들은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은 큰 방향에 대한 기본틀을 담은 것일 뿐 구체적인 방향은 하위 계획에서 다룰 것이라고 하지만, 최소한 시나리오별로 필요한 재생에너지 설비는 얼마인지, 그리고 계통안정성 확보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계획은 담았어야 한다고 봅니다.

아울러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인데, 2040년의 온실가스감축량이 제시돼 있지 않은 점 또한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원자력 비중을 줄이면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습니다.”

원전정책 중 원전공급망 유지를 위해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은데, 원전산업을 바라보는 견해는.

“원전 정책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다르고, 찬반 양측의 논리 모두 일리가 있어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국가에너지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원전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신규원전 건설을 통해 원전 공급망을 유지할 필요가 있죠.

반면 송전선로 건설의 어려움과 초대형 발전단지가 재난에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절한 보상을 통해 취소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원전공급망이 붕괴될 경우 단순히 해외수출경쟁력 상실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운영 중인 원전의 안전에도 빨간불이 켜진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타고 있는 자동차의 경우 지속적으로 소모품이 공급되고 핵심정비기술 등이 잘 지원된다면 20년 이상 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차를 만들지 않아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가 문을 닫으면 부품공급과 기술지원이 중단될 수 있죠.

원전 기자재 제작 분야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특징으로 하는 중소기업형 산업이어서 향후 몇 년간 물량이 없을 경우 사업 유지가 어려워 원전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원전제로 시점은 2082년이 아니라 더 당겨질 수도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가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개편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의원님의 견해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전기요금 수준을 낮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에너지의 94%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낭비를 막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은 전기요금이 싸다는 이유로 과소비가 심각하거든요.

그래서 원가에 기반해 전기요금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게 필요합니다. 현행 전기요금의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소비자 간 공정한 가격체계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올여름 주택용 누진제 불만도 요금 증가보다는 똑같은 전기를 사용하면서 주택용에 과도한 누진요금이 적용된다는 불공정에 원인이 있죠. 산업용 요금의 경우 시간대별 요금차이를 줄여 심야시간대 조업쏠림 현상을 막고, 가정용 누진제도는 현행 3단계 3배 차이를 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전력구입비 연동제를 시행해 연료가격 변동 폭과 각종 외부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합니다.

그동안 정부는 물가안정과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이유로, 정치권은 정치적 포퓰리즘에서 전기요금을 결정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전기요금 현실화도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습니다. 저렴하고 안정적인 공급을 최우선으로 물가안정과 산업계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에너지체계는 한계가 왔다고 봅니다.”

의원님이 올해 법 제·개정을 포함해 추진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면.

“정부가 탈원전에만 매몰돼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다소 소극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석탄발전 용량은 2017년 36.9GW에서 2030년 39.9GW로 증가하게 되죠. 현행 전력시장 경제급전시스템을 유지할 경우 미세먼지 저감과 온실가스 감축 등의 정책 목표 달성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온실가스 로드맵 수정안의 전환부문 3400만톤을 감축하기 위해서는 석탄발전 축소가 필요하죠. 전기사업법 3조에서는 전력공급 시 경제성과 함께 환경과 국민안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지만, 선언적인 성격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법에 석탄발전량을 감축할 수 있는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환경과 국민안전 등을 이유로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발전소의 허가 취소도 검토가 필요해 보이는데 독일처럼 운영 중인 발전소 가동을 멈추거나 허가를 취소할 경우 이를 보상해주는 법안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밖에 안전한 원전 해체와 관련 산업육성을 위한 원전해체산업육성법이나 원전수출을 지원하는 법안을 마련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