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일 디지털뉴스팀
윤정일 디지털뉴스팀

한때 코닥(Kodak)은 카메라 필름 시장의 대명사로 불렸다.

노란색 박스에 담긴 코닥 필름은 경쟁 제품인 후지필름보다 20~30% 더 비싼 가격에 팔렸지만 전 세계 필름 시장의 90%를 장악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이 기업의 말로(末路)는 참으로 비참했다.

코닥은 생존을 위해 각종 사업부는 물론 특허기술까지 내다 팔았다.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닥은 끝내 회생하지 못했다.

결국 세계에서 가장 유명했던 필름 회사는 미국 연방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그때가 바로 2012년 1월이다. 코닥의 130년 역사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1932년 77세의 나이에 자살하면서 유서에 “내가 할 일은 다했다(My work is done)”고 썼던 코닥의 창업자 조지 이스트먼의 끝은, 자신도, 기업도 좋지 못했다.

코닥의 몰락은 경영서적에서 단골로 다루는 소재다. 변화에 주저하다 몰락한 대표적 기업으로.

코닥의 위기는 1990년대 후반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가 출시되면서 시작됐다. 디지털카메라 출시 이후 필름 수요가 급감하면서 수익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디지털 카메라를 처음 개발한 회사가 바로 코닥이다.

코닥은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 필름카메라 시장이 붕괴될 것을 우려해 새로운 기술을 더 이상 발전시키지 않았다.

자신들만 가만히 있으면 디지털 시대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오만과 변화를 외면한 채 기존 시장에 안주했던 기득권이 코닥을 파멸로 몰고 갔다.

코닥의 사례는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17년 10월 실시한 ‘중소·벤처기업의 4차 산업혁명 대응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4차 산업혁명 내용에 대해 ‘모른다’고 답한 응답이 전체 응답 업체(400개사)의 60.5%에 달했다.

‘알고 있다’는 응답은 39.5%에 그쳤다.

1년 여의 시차가 있음을 감안해도 여전히 많은 중소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기업들은 기로에 서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대내여건은 녹록치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미·중 무역

갈등과 제조업 마진 스퀴즈(수익성 압박) 및 산업 생태계의 변화 등이 예상돼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가 예상된다.

130년 역사의 코닥이 파산을 신청했던 그날의 치욕을 우리 기업들이 똑같이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려운 여건이지만 이제는 결단해야 한다.

‘변화할 것이냐’, ‘안주할 것이냐’

2019년 새해 우리 기업들이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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