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11월2일 미국 브리더스컵 경주에서 질주하는 닉스고 모습
2018년11월2일 미국 브리더스컵 경주에서 질주하는 닉스고 모습

2018년11월2일 미국 브리더스컵_해외종축사업 선발마 닉스고를 바라보는 김낙순 한국마사회장 모습.
2018년11월2일 미국 브리더스컵_해외종축사업 선발마 닉스고를 바라보는 김낙순 한국마사회장 모습.
지난 11월 미국 켄터키주 처칠다운스 경마장에서 한국마사회(회장 김낙순) 해외종축사업 케이닉스(K-Nicks)로 선발한 경주마 닉스고(수말, 2세)가 ‘반전 우승’을 거두며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브리더스컵은 성별, 연령별, 거리별, 주로별로 최고 경주마를 한데모아 겨루는 세계적 규모의 경마 올림픽이다. 모든 경주가 미국 NBC를 통해 생방송될 정도다. 이러한 경주에 우리 자체기술로 육성한 경주마가 준우승을 기록한 것은 100년에 가까운 한국 경마 역사상 최초다.

‘케이닉스’는 DNA 등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말의 능력을 사전에 예측하는 프로그램이다. 말 산업 강국인 미국의 기술보다도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말의 경마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전적인 분석은 물론, 심장의 크기, 말의 체형 등 통계적인 데이터들이 세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고도의 유전자 분석으로 우수 경주마 조기 발굴 “말산업의 판을 깨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말도 타고난 적성이 다르다. 경주마의 경우, 대표적인 유전자 중 하나가 바로 ‘스피드 유전자’다. DNA 1000개당 1개의 염기 차이(마커)가 개체간의 차이를 발생시키는데, 이러한 마커를 분석해 유전 능력(육종가)을 추종할 수 있다. 경주마의 경우 유전적으로 AA형은 장거리, AG형은 중거리, GG형은 단거리에 우수하다. 사전에 경주마의 유전 능력을 파악해, 이에 적합하게 경주마를 육성시킬 수 있는 것이다.

심장의 크기와 말의 체형도 중요한 요소다. 기본적으로 심장이 클수록 폐활량이 좋아, 경주마로서 적합한 조건이다. 체형도 말의 머리부터 다리까지의 길이가 다리의 길이보다 더 긴 것은 스피드 면에서 좋지 않다. 경주마를 구성하는 완벽한 비율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마사회는 이를 위해 렛츠런파크 서울과 부경에서 열린 36만건의 출주 정보와 4269두의 유전 정보를 입력해 케이닉스의 정확도를 높였다.

◆해외종축사업으로 “수익률은 높이고, 고유 기술력 확보”

케이닉스는 저렴한 가격에 잠재력이 높은 경주마를 조기에 발굴해 씨수말(씨를 받기 위하여 기르는 수말)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마사회에서 개발을 추진한 프로그램이다.‘닉스고’의 경우 2017년 킨랜드 1세마 경매에서 7500만원에 구매했으나, 브리더스컵에서 준우승을 거둬 몸값이 20억원으로 급등했다. 데뷔 5개월 만에 벌어들인 상금수익만 8억원이다.

씨수말은 말산업 육성측면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말산업 경제규모만 약 30조원에 달하는 일본의 말산업이 급진적으로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씨수말 도입이 있다. 선데이사일런스, 댄싱브레이브, 포티나이너 등 일본은 미국의 연도대표마, 챔피언 등 최고 수준의 씨수말을 수입했다. 특히 선데이사일런스는 일본 경마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는 기념비적인 씨수말이다.

그 결과 2008년부터는 일본산 씨수말들이 리딩사이어(Leading Sire·자마들의 상금액이 최고인 씨수말)로 자리매김하며, 세계적인 경마 대회를 휩쓸고 있다. 선데이 사일런스의 자마이자, 일본의 대표 씨수말인 ‘딥임팩트’의 자마들이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수익만 744억에 달한다. 이처럼 우수 씨수말의 도입은 국내산마 개량뿐만 아니라, 생산농가의 소득 증대 등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일본과의 차이가 있다면, 한국마사회는 해외종축사업을 통해 씨수말 구입액(평균 2~40억원)의 1/40도 안 되는 가격으로 우수 씨수말을 발굴할 계획이다. 초기 투자비용을 대폭 줄여 수익률을 높이고, 우리 고유의 기술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무엇보다 ‘닉스고’가 미국 종마시장에서 인정을 받게 된 것이 큰 소득이다. 한국마사회는 향후 케이닉스로 육성한 경주마를 국내로 도입해 우수 국산마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산마의 수준을 높이고, 경주마를 수출해 국내농가 소득 확대에 기여할 방침이다.

‘닉스고’뿐만이 아니라, 마사회가 해외종축사업으로 선발한‘미스터크로우(도입가 1억6000만원)’, ‘제이에스초이스(도입가 8000만원)’등의 경주마가 각각 이미 몸값의 약 3배, 2배에 달하는 수익을 거두며 사업성을 입증했다.

◆ 케이닉스로 선발한 국산마 6두, 말산업 선진국 미국에 수출 성공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월 케이닉스로 선발한 국산마 6두(1세, 수말)도 미국에 수출 됐다. 수출 두수도 지난해보다 2배나 더 증가하며 순항하고 있다. 이제는 한국도 ‘말 수입국’이 아닌 ‘말 수출국’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말의 수출이 확대돼 국내 말산업이 육성되면 관련 일자리도 함께 창출될 전망이다. 말산업에는 “3馬1織”이라는 표현이 있다. “3마리의 말이 1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의미다.

통상 말 3마리를 관리하는데 1명의 인원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말조련사, 승마지도사, 장제사 등 관련 직업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내 말산업 규모도 매년 증가추세로, 3조4000억원(2017년 말산업 실태조사)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은 “일본은 선데이 사일런스 1두로 세계 일류 경주마 생산국으로 도약했다. 우리도 해외종축사업으로 우수 씨수말을 확보하게 되면 수출국가가 될 수 있다”며“우수 종축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국산마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고, 장기적으로 한국 말산업의 국제화 달성의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한국마사회는 2013년부터 싱가포르로 경주실황을 수출하기 시작, 2017년에는 호주, 미국 등 8개국에 1980개 경주를 수출해 매출액 약 629억원을 달성하는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는 영국, 뉴질랜드 등 총 5개국을 대상으로 수출국가을 늘렸다. 특히 경마의 종주국으로 불리는 영국에 우리 경마를 역수출 시키며 말산업 수출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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