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친환경 드라이브’ 경유·휘발유 입지 축소
내수 부진→수출 경쟁→본전 찾기 및 적자 최소화…악순환 우려

2019년을 맞이하는 정유업계는 녹록하지 않은 업황에 직면할 전망이다.

전기자동차·수소자동차의 비중이 커지면서 커다란 경쟁자를 맞이하게 됐다. 이 같은 친환경 차량에 대한 정부의 지원 규모도 커진다. 기름으로 달리는 차량의 독점 시대는 이제 종언을 고하게 됐다.

2010년대 초반 전기차와 수소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장기적으로 정유사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에도 정유업계는 느긋했다. 충전 인프라 자체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전기차 충전소는 최소 30분에 달하는 충전 시간이 발목을 잡았다. 수소차 충전소는 설치 자체가 비싸고 ‘수소 폭발’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한 소비자의 기피 현상이 연료 차량의 입지를 굳건하게 하는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전기차의 주행 거리가 400~500㎞까지 늘어난 점, 수소차의 폭발 위험이 사실상 없다는 점, 수소 충전소의 수도 함께 늘어가고 있다는 점 등은 정유사를 위협하는 요인이 됐다.

정부 정책도 친환경 차량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으로 방향을 잡았다. 우선 문재인 정부는 클린디젤 정책을 폐기, 사실상 경유차의 퇴출을 유도하고 있다. 또 오는 2022년까지 1.5% 수준의 친환경 차량 생산 비중을 10%로 올리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 기간 전기차와 수소차를 각각 43만 대, 6만5000대 보급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기름 차량에 대해서는 채찍을, 친환경 차량에 대해서는 당근을 제시하는 방향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심리라는 것이 한 번 익숙한 것을 좀처럼 바꾸지 않으려는 특성이라서 친환경 차량에 대한 걱정은 조금도 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는 향후 50년 동안 경쟁을 고민할 시점이 온 셈”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사의 사업이 온전히 주유소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원유에서 경유·휘발유 등을 정제해 판매하는 것도 주요 사업 분야다. 정유사들은 더 많은 양의 경유·휘발유를 뽑아내기 위해 고도화 설비 투자에 매진해왔다.

이 설비 자체가 거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따라 시장에서 거래되는 기름의 양이 줄어든다면 자칫 무용지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국내 시장에서 판매하고 남은 휘발유 16.9%, 경유 35.9%를 해외에 수출한다. 내수 시장에서 부진을 겪을 경우, 수출 시장에서 공급 과잉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본전이라도 찾거나 적자 폭을 줄이는 데 골몰하는 서글픈 상황이 찾아올 수 있다.

주유소 경기 침체도 우려된다. 이미 폐업하는 주유소가 속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2018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김정훈 의원(자유한국당·부산 남구갑)은 2015년에서 2018년 7월까지 폐업이 확정된 주유소가 850개라고 밝힌 바 있다.

날로 높아지는 인건비에 셀프 주유소가 확대되는 추세다.정유 업황까지 침체일로에 접어든다면 자영업자의 연쇄적인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추측이다.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출범한 알뜰주유소도 정유 4사의 ‘규모의 경제’에 밀려 경쟁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며 “이제 대규모 기업도 호의적이지 않은 현실에서 자구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