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에너지 수요 2%증가, 최종에너지 2.1%증가
경기변동 못지 않게 기후변화가 변수

에너지는 잠시라도 공급이 중단되면 대형 재난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국가라면 필요 수요를 염두에 두고 공급을 조절한다. 전력을 제외한 석유, 석탄, 가스와 같은 에너지 원료는 탱크 등에 저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요에 맞춰 공급이 가능하다. 그래서 에너지 전망의 문제에서 공급보다는 수요 전망이 중요하다.

‘공급은 스스로의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Say’s Law)을 에너지 시장에 적용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정책이 될지 모른다, 에너지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는 가격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을 기대하고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버리는 극단적인 자유주의 정책을 고집하기에는 위험이 크다. 그래서 국가 안보와 비교되는 에너지 안보라는 말이 국민들 사이에 거부감 없이 사용된다. 1

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 정부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지 않고 IMF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한국이 수출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인 데다 에너지 원료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순간 에너지는 외환위기 이상의 국가재난을 초래할 수 있었다, 지난 MB정부 시절 원자력 르네상스가 가능했던 이유도 에너지 수요전망을 과다하게 예상했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에너지 전망 변수-장기 기후변화, 단기 경기변동

에너지 수요는 일반적으로 경제성장을 따라간다. 일부에서는 한국 경제도 제조업에서 서비스로 넘어가기 때문에 에너지 수요와 경제성장에 큰 연관이 없다는 견해도 제기되나 한국의 서비스업은 물류와 같이 제조업에 근거를 둔 서비스업으로 물류 역시 에너지 수요 증가를 동반한다. 만약 금융업이 한국 경제 성장을 주도한다면 에너지와 상관관계는 제조업보다 낮을 것이다.

저성장으로 진입한 한국경제에서 과거 고도 성장기처럼 에너지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는 견해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경제성장보다 기후변화가 에너지 수요 증가에 더 큰 변수라는 주장이 유력하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제기된다. 이창형 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날씨의 변동률은 공장가동률보다 훨씬 낮다고 말한다. 날씨는 점진적으로 더워지지만 공장가동률은 50% 이상 감소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기변동의 영향력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에너지효율이 높은 가전제품을 사용하고 에너지효율이 고려된 최근 건축물을 이용하는 가정과 달리 아직도 산업 현장에서는 저렴한 전기요금 때문에 에너지 절약에 둔감하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 단기적으로는 경기변동이 에너지 수요에 영향을 준다고 보는 견해가 지지를 얻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올해 에너지수요전망의 기초가 되는 기후 전망은 최근 10년간 평균 기온을 전제로 했다. 기상청 평년기온이 30년치 평균 기온을 자료로 산출하는 것에 비해서는 최근 통계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지구온난화가 계속 올라가는 기온과 비교할 때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특히 지난해 급격한 이상 고온 때문에 올라간 냉방도일을 고려하면 올해 무더위를 10년 평균으로 가정했을 때 냉방도일이 급격하게 감소하게 된다. 그러나 에경연에서는 실제로 2017년 8월 기온은 2016년 8월보다 낮았기 때문에 올해 여름이 지난해보다 무덥다고 가정할 수는 없으며 계속 기온이 올라간다면 사람이 살 수 없다고 반론한다.

이에 대해 기후변화가 진행된다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기 때문에 태풍이 불지 않는 이상 여름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기상청은 평균 기온을 비교 지수로 사용하는 것이지 에경연처럼 내년 기온을 예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난 10년 평균 기온을 기준으로 하는 것보다는 국제기구의 세계 기후 전망을 참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올 총에너지 수요 2% ↑ 최종에너지 2.1% ↑

에너지 정책분야 싱크탱크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총(일차)에너지수요는 지난해 대비 2.0% 증가한 316.2백만toe, 최종에너지는 2.1%증가한 243.1백만toe를 예상했다. 올해 국내총생산량 2.6% 증가, 민간소비 2.4% 증가를 전제로 에너지 수요를 전망했다. 지난해보다 둔화된 증가세다.

수출 및 민간소비 둔화에 따른 경제성장률 하락, 급증했던 냉난방용 에너지 소비에 따른 기저 효과 등으로 총 및 최종에너지 수요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에너지효율 지표 중 하나인 에너지원단위(teo/백만원)는 0.193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이나 일인당 에너지 소비는 인구 정체 대비 상대적으로 빠른 에너지 수요 증가로 지난해 대비 완만한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또 총에너지 수요는 석유, 원자력을 중심으로, 최종에너지는 산업 부문을 중심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석탄 수요 1% 미만 증가에 그칠 전망

에경연에서는 석탄 발전소는 신규 진입 계획 부재로 설비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데다 노후 발전 설비의 가동 중지 및 예방정비 증가로 이용률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철용 유연탄 수요는 지속적인 국내 철강 수요산업 부진과 미국을 필두로 한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증가세는 미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멘트용 유연탄 수요는 건설 경기 악화로 시멘트 생산량이 감소해 빠른 감소율이 예상된다. 건설 투자 역시 토목부문의 부진은 다소 완화되나 건축 부문의 감소 폭이 확대돼 3.4% 줄어들 전망이다.

무연탄 수요는 발전용과 건물용의 급감에도 불구하고 산업용의 증가로 1% 증가할 전망이다.

▲석유 수요 1.7% 증가 예상

에경연에서는 올해 석유 수요를 1.7%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산업 부문 석유 수요는 경제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 설비의 증설, 국제 유가 정체, 유류세 인하 등으로 2.9% 증가할 전망이다.

산업 원료용 수요는 대규모 기초유분 생산 설비 증설로 증가세가 확대될 전망이며 LPG 수요는 NCC 설비 증설 효과로 증가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LPG제외 연료용 수요는 경제 성장 정체 등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송 부문은 유류세 인하, 국제 유가 정체 등으로 증가세가 확대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건물 부문 수요는 지난해에는 난방도일 증가로 수요가 증가했지만 올해는 평년 기온 회복으로 감소로 전망했다.

한편 납사 소비 비중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연료용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격 경쟁력 약화 등으로 하락세가 전망됨에 따라 총에너지 소비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하락할 전망이다.

▲천연가스 지난해와 달리 2% 미만 급락, 도시가스 2% 후반 양호한 증가세

에경연에서는 천연가스에 대해서는 대폭 증가한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2% 미만으로 급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발전용 가스 수요는 기저발전(원자력+석탄)량 감소 및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 등으로 20% 가까이 증가하겠으나 올해는 원자력을 중심으로 한 기저발전의 회복과 전력 수요의 완만한 증가 등으로 증가율이 1%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용 도시가스 수요는 5% 이상 증가하나 건물용 도시가스는 1%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전체적으로 2% 후반의 양호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 수요 2.2% 증가세로 둔화될 전망

에경연에서는 전력수요는 평년 기온 회복과 경제성장률 둔화로 모든 부문에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용 전력 수요는 내수 경기 둔화와 수출 증가세 둔화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증가세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 수요 비중이 가장 큰 반도체와 같은 조립금속의 수요 증가세 하락으로 경제성장률 하락폭(0.1%p) 대비 산업용 전력 수요 증가율의 하락폭(0.4%p)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에경연에서는 건물용 전력수요가 2017년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그 근거는 올해 지난 10년 동안의 평균 기온을 회복한다는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기후변화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에경연의 올해 기후 전망에 대해서는 이견을 제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건물용 전력수요도 에경연 전망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열에너지 수요 4.1%↑ 신재생・기타 8.9%↑

한국지역난방공사는 평택 고덕국제화지구에 신규 지역 냉난방 설비를 건설 중에 있으며, 5만 4449세대에 479Gcal/h의 열원으로 2019년 3월부터 공급할 예정이며 난방도일의 감소로 증가세가 지난해 대비 축소될 전망이다.

신재생·기타에너지 관련 발전 부문은 RPS의무공급량 비율 상향 조정 및 정부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20% 목표 달성을 위한 태양 및 풍력 발전 설비 증설 등으로 높은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인 반면에 연소를 기반으로 하는 폐기물, 목재펠릿, 바이오-SRF 등의 REC가중치가 개정을 통해 축소됨에 따라 이와 관련한 바이오에너지 및 폐기물의 보급 증가세는 둔화될 전망이다.

최종소비 부문의 신재생에너지 수요는 산업 부문과 건물 부문을 중심으로 증가세로 이어갈 전망이다. 이중에서 산업 부문 수요는 비중이 큰 산업폐기물과 폐가스를 활용한 자가발전용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건물 부문 수요는 공공기관 신재생에너지 설치의무화제도의 공급 의무비율이 2018년 24%, 2019년 27%로 매년 3.0%p씩 상승하고 주택 및 건물 보급 지원 사업, 태양광 대여 사업 등 정부의 보급 확대 정책을 통해 지속 증가할 전망이다.

수송 부문 바이오디젤 수요는 지난해 RFS 혼합의무비율이 3.0%로 0.5%p 상승한 후 올해는 유지될 예정이지만, 유류세 한시적 인하 효과로 경유소비 증가세가 확대될 전망이어서 양호한 증가세가 지속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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