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팀 박정배 기자
기업팀 박정배 기자

미국 유타주는 대한민국의 강원도와 흡사한 곳이다. 고산지대에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린다. 유타주의 주도 솔트레이크시티는 2002년에, 강원도 평창은 올해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다. 최고 인기 스포츠가 농구라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NBA의 유타 재즈와 KBL의 원주 DB 프로미는 각 리그에서 손꼽히는 지역 친화 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이면에는 산업이 발전하기 어려운 구조도 한몫을 한다. 유타주 주도 솔트레이크시티의 해발고도는 1300m를 넘는다. 강원도도 산이 많은 지역이다. 인구가 밀집되기 어렵다. 사람이 많지 않으니 산업이 발전할 조건을 갖추기 어렵다.

솔트레이크시티의 인구는 18만 명, 주도권(主都圈)으로 범위를 넓혀도 100만 명 정도다. 유타주 전체 인구도 310만 명에 불과하다. 참고로 캘리포니아주의 인구는 4000만에 이른다.

하지만 ‘미국의 강원도’ 유타주는 ‘서부의 월스트리트’로 발전하고 있다. 솔트레이크시티 도심지는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US 뱅크 등 금융기관 건물이 우뚝 서 있다. 이들 기업이 ‘미국 강원도’에 자리를 잡는 이유는 유타주의 낮은 법인세와 저렴한 생활비 덕분이라는 전언이다.

서울 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심한 한국도 최근 유타주의 이 같은 흐름을 따라가는 모양새다. 강원원주혁신도시를 본 뒤 이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국광해관리공단, 대한석탄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이 입주한 원주혁신도시에 출장을 가기 전 들었던 생각은 ‘굳이 멀리 떨어진 곳에 공공기관을 이전해서 차비·시간 허비하게 하냐’는 불만이었다. 이 생각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주혁신도시를 직접 목격한 뒤 이 같은 생각은 ‘더 많은 비수도권 지역에 이 같은 혁신도시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180도 바뀌었다.

혁신도시의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공공기관 건물들은 마치 초등학교 4학년 시절 대전 엑스포에 온 듯한 느낌을 줬다. 개성을 가진 각 건물 디자인은 혁신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치악산과 어우러져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자아냈다.

이 같은 광경 그 자체가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공기관 건물들 곁에는 커피숍, 식당, 학원 등 생활편의시설이 가득 들어서 있다.

원주로 아예 이사했다는 공공기관 직원은 “당연히 서울을 떠나 생활해야 한다는 사실에 화도 나도 불안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서울보다 낫다는 생각도 든다”며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가 저렴하고 사실 서울과 멀지도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비수도권 주민이 거의 일방적으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인구 역학관계를 갖고 있다. 수도권 주민이 비수도권으로 이사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물론 그 이유는 ‘수도권이 더 살기 좋기 때문’이다.

‘서울 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비수도권에도 ‘공화국’이 생기면 된다. 이런 측면에서 경제 발전의 소외지로 전락했던 지역들이 혁신도시 선정 등의 과정을 통해 ‘공화국’을 건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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