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신념과 자부심 갖고 일하는 문화 만들 것”

권위에서 벗어나는 것이 오히려 품위를 지키는 길일 때가 있다.

조성완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을 보면 이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오랜 공직생활에 이어 지난 2017년 전기안전공사 사장으로 부임한 뒤 그의 발걸음은 전국에 흩어진 지역본부와 지사들로 향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애로를 듣고 조직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차를 타고 전국을 하도 돌아다녔더니 허리가 아프다”는 농담은 그가 얼마나 많은 직원들을 만났는지 능히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전국으로 이어진 그의 발걸음은 전기안전공사 직원들의 애로를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전기안전공사를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기관, 출근길이 즐거운 직장으로 바꾸는 데까지 이어졌다. 퇴근 후 직원들과 그룹사운드를 만들어 드럼을 연주하고, 당구 한 게임을 함께 즐기는 등 가장 낮은 곳에서 탈권위적 모습을 보여주는 그는 오히려 직원들에게 높은 존경을 받는 기관장으로 전력산업계에 정평이 났다. 본지는 조성완 사장을 만나 2018년 한 해 동안의 성과와 내년도 계획을 들어봤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 2018년이었습니다.”

조성완 전기안전공사 사장은 “처음 전기안전공사 사장으로 부임한 뒤 전국 현장 일선에서 뛰고 있는 직원들을 만났다. 그때 느낀 점이 다들 사기가 저하돼 있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수익사업에 지나치게 내몰리며 격무에 시달리는 직원들의 처진 어깨를 보며 전기안전공사 사장으로서 수행해야 할 첫 번째 임무를 알게 됐다는 그는 내부적인 체질 변화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3개월여에 걸쳐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 취임한 지 4개월이나 지난 3월 말에야 새로운 사장의 경영이념이 선포된 배경이다.

당시 조 사장이 제시한 ‘가치⁺ 경영’ 이념을 뒷받침하는 경영방침이 ▲기본충실 ▲혁신선도 ▲사람중심이다. 공익적 목적을 지닌 전기안전공사의 기본에 충실하는 한편 ‘직원이 자산’이라는 방침을 잊지 않겠다는 그의 복안이 담겼다.

사람 중심의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조와 협의를 통해 업무 영역을 조정했다. 조직도 보다 현장을 중심으로 개편했다.

“직원 개개인의 역량을 합친 것이 비로소 조직의 역량입니다. 이미 충분한 역량을 갖춘 전기안전공사 직원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판을 깔아주는 게 제 역할이죠. 직원들이 가슴을 펴야 고객응대도 잘하고 자기 업무에도 충실할 수 있는 겁니다. 또 그래야 고객 만족도도 높아지죠. 올 한 해 조직의 내실을 다지는 데 관심을 기울인 이유입니다.”

전기안전공사의 공익적 역할 회복에도 많은 힘을 썼다.

조 사장 취임 후 실시한 에버(EBER;Electrical Breakdown Emergency Recovery) 서비스 지원대상 확대와 ICT 기반의 전기안전 원격감시장치인 미리몬 보급 사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에버서비스는 그동안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해 온 정전사고 복구 등 긴급출동 고충처리 서비스로 수혜대상을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산업시설 등까지 확대한 것입니다. 또 올해 본격적으로 보급 확산에 나서고 있는 미리몬을 통해 주택이나 전통시장 등 일반용 설비 분전반의 전기사고 요인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춘 ICT 연계 전기안전관리체계 구축에도 앞장서고 있죠.”

공사의 공익적 역할 강화를 주문하며 정부가 운영하는 화재안전대책특별TF에 참가, 올 하반기부터는 화재 위험성이 높은 17만2000여 건물을 대상으로 소방청과 합동점검도 수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기안전이라는 기본 가치에 공공성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더한 ‘가치⁺ 경영’을 완성한다는 게 조 사장의 설명이다.

“현 정부의 공공기관에 대한 최우선 과제가 바로 공공성 회복이죠. 이번 정부 들어서 평소 고민하던 경영의 효율성과 공공성, 그리고 사회적인 가치의 밸런스를 맞추는 경영이 가능하게 됐어요. 방만하지 않으면서도 공공성을 우선적으로 추구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에너지 전환과 신재생에너지 등 전력산업계의 주요 정책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 사장은 특히 ICT 기술을 활용해 업무 패러다임을 바꿔나가고 에너지전환에 발맞춘 안전관리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전기안전공사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당면 실행과제가 전기화재 감축이었다면, ICT 기반의 전기안전 공공플랫폼 구축은 공사 미래를 위한 전략과제입니다. 앞서 소개한 미리몬 개발뿐 아니라 빅데이터를 활용한 지능형 전기화재 예방시스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어요. 전국 주요시설에 대한 검사‧점검 정보 약 210만건을 데이터베이스화한 뒤 빅데이터로 분석해 전기설비의 수명과 위험도를 예측하는 기술입니다. 이를 통해 가가호호 방문해 점검하는 현재 방식에서 벗어나 원거리에서 실시간 관리하는 체제로 업무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는 또 “최근 정부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수립하는 등 기존 효율성 위주의 에너지 공급정책을 환경과 안전 중심으로 바꿔가고 있다”며 “신재생에너지 관련 설비가 늘면 우리 역할과 책임 역시 그만큼 무거워질 것으로 보이며, 이미 올해 산업부‧한전‧에너지공단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신재생에너지 시설 1008곳에 대한 안전관리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토대로 시설안전관리 기준과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시설관리자 대상 화재예방 안전교육도 꾸준히 확대한다는 방침이다”라고 덧붙였다.

조 사장은 한국이 안전 분야에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나가야 할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특히 선진국에 비해 높은 전기재해율을 줄이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전기재해율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여전히 높은 편이라고 꼬집었다.

전기화재나 감전 사고가 적지 않은데 특히 최근 국민들에게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준 제천‧밀양 화재 사고 등이 그가 꼽은 대표적인 사례다.

“선진국이라는 것은 이 같은 대형재난을 일어나지 않게 하는 안전한 사회입니다. 우리 역시 선진국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전기재해를 대폭 줄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바탕이 필요합니다. 법치사회인 만큼 법으로 뒷받침하는 게 중요하죠. 현재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코자 하는 제도적인 지원책이 정리된다면 우리도 이에 발맞춰 신발끈을 동여매고 함께 나갈 준비가 돼 있습니다.”

그는 다가오는 2019년을 새로운 10년을 대비하기 위한 혁신성장 원년의 해로 삼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2030년을 목표로 한 새로운 중장기 청사진인 ‘비전 2030’ 전략을 마련하는 한편 상반기 중 올 한 해 도출된 문제점과 개선사항을 위주로 소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한 뒤 하반기 중 혁신지향 조직으로 재정비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남북, 북미관계 개선 상황에 발맞춰 한반도 평화에 일익을 보태기 위한 지원에도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직원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한 해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노력한 직원들에게 그만큼의 보상을 줄 수 있는 성과와 보상이 일치하는 조직을 만들어 동기를 부여하고 싶다는 것.

이를 통해 보다 활력 있는 조직을 만들어 직원들이 신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든다면 그만큼 국민안전도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안타까운 얘기지만 우리 공사는 이직률이 높은 편이에요. 조직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닙니다. 유능한 인재들이 들어오는 만큼 자신들의 능력을 펼치고, 그에 맞는 보상을 받는 조직을 만들어야만 전기안전공사가 발전할 수 있는 겁니다. 보다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젊은 직원들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는 행복한 직장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He is…

▲1963년 충북 보은 출생 ▲1990년 제26회 기술고시 합격 ▲2004년 대전소방본부장 ▲2008년 중앙소방학교장 ▲2010년 소방방재청 소방정책국장 ▲2012년 제25대 서울특별시 소방재난본부 본부장 ▲2013년 소방방재청 차장 ▲2017년 우송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