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두영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허두영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대형 프로젝트가 종료되고 생산 본부에 두 명의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베이비붐 세대 양 본부장은 전 팀장에게 본부 워크숍을 위해 차주 금요일 등산을 기획해 보라고 지시했다. 오전까지 일하고 오후에 산행 후 하산하여 저녁에 회식하는 일정이었다. 전 팀장이 팀원들에게 워크숍 계획을 전달하자 최 주임은 그날 저녁에 약속이 있다며 난감해했다. 김 사원도 싫은 내색이 역력하다. 그는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젊은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워크(Work)도 좋고 숍(Shop)도 좋은데 워크숍(Workshop)은 싫다. 2주 전 방 탈출 카페에 가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낸 관리 본부와 비교된다. 전 팀장은 팀원들의 시큰둥한 반응에 어쩔 줄 모른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직장에는 전 팀장과 비슷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낀 세대’다. 낀 세대는 누구를 가리키는가? 자녀 양육과 부모 부양의 책임으로 끼인 상황에 놓인 베이비붐 세대를 일컫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누구에게 물어보든 너 나 할 것 없이 자신이 낀 세대라고 한다. X세대는 베이비붐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80년대생은 70년대생과 90년대생 사이에서 낀 세대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10대에게 물어도 마찬가지다. 각 세대가 위아래 세대 사이에 끼어 어려움을 느낀다. 낀 세대라는 인식 속에는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피해 의식, 답답함이 묻어있다. 그만큼 중간자 역할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지금 많은 조직에서 낀 세대는 위아래 세대의 특성을 부분적으로 가지고 있는 X세대가 많다. 젊은 조직의 경우 80년대생 밀레니얼 세대이기도 하다. 낀 세대는 세대 간 간극을 좁히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3가지로 나눠 살펴보자.

먼저, 완충지대(Buffer Zone) 역할이다. 전 팀장은 70년대 중반의 X세대이다. 베이비붐 세대 임원진과 밀레니얼 세대 실무진 사이의 이해 부족에서 생기는 오해와 갈등의 완충과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 비단 워크숍만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 전에는 한창 바쁜 프로젝트 마무리 단계에 갑자기 휴가를 낸 방 사원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전 팀장은 양 본부장에게 방 사원의 휴가 사유를 설득하느라 진땀을 뺏기 때문이다. 낀 세대인 전 팀장은 역할에 충실했다. 양 본부장에게는 젊은 세대의 입장을 얘기했다. “요즘 젊은 애들 다 그렇죠” “일도 중요하지만, 삶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잖아요” 방 사원에게는 양 본부장에게 꾸지람 들은 얘기는 빼고 잘 타일렀다. “휴가 잘 다녀오고, 다음엔 미리 얘기 좀 해줘. 업무 조정을 해야 하니까” 서로 오해 없도록 충분히 설명했다.

다음으로, 디딤돌(Stepping Stone) 역할이다. 낀 세대는 서로 무관심한 선후배 세대가 소통할 수 있는 디딤돌을 놓아야 한다. 자문회사에서 업무성과팀을 이끄는 박 팀장, 그녀는 김 상무가 혼자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인다. 김 상무는 임원이기 때문에 집무실에서 혼자 있기 일쑤다. 박 팀장은 팀원과 식사할 때 김 상무에게 함께 식사하자고 권한다. 지난주에는 팀 회식에 김 상무를 초대했다. 박 팀장의 팀원들은 임원인 김 상무를 대하기 어려워 대화할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김 상무와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가까워지면서 그와 대화하는 상황이 자주 생겼다. 김 상무도 싫지 않은 눈치다. 종일 팀원들과 말 한마디 안 하고 퇴근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팀원들과 김 상무가 서로 소통하도록 디딤돌 역할을 잘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결고리(Link) 역할이다. 낀 세대는 다른 세대를 연결하여 서로의 요구를 충족하고 시너지가 나도록 도와야 한다. 사람 좋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윤 팀장, 그에게는 남다른 장점이 있다. ‘연결’이다. 최근 팀에 새로 합류한 김 사원에게 허 실장을 소개했다. 허 실장은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통한다. 윤 팀장이 허 실장을 소개한 이유가 있다. 김 사원이 업무적으로 멘토로 삼으면서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허 실장 입장에서도 좋은 점이 있다. 김 사원을 통해 요즘 젊은 세대의 생각과 트렌드를 들으면서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낀 세대는 선후배 세대가 서로 소통하고 배울 수 있게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한다.

2018년은 베이비붐 세대로 대변되는 58년 개띠가 정년을 맞은 해였다. 베이비붐 세대의 빈자리를 X세대가 채우고 Z세대가 들어오면서 조직 내 세대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세대 간 소통과 화합을 위해 중간 세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낀 세대가 중재자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선후배 세대의 기대도 크다. 낀 세대는 선배 세대의 경험과 전통을 존중하면서 후배 세대에게는 업무적·도덕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낀 세대는 선후배 세대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선후배 세대의 삐걱거리는 소음을 줄일 수 있다. 70, 80년대생이 세대 간 화합을 위해 매개자 역할을 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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