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MBC논설위원)
김상철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MBC논설위원)

지난 달, 미국 중앙은행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경제전망과 관련해선 리스크들이 대부분 균형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소식에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의 주식시장이 크게 올랐다.

미국의 연준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경제기구다. 미국이 금융위기이후 이른바 양적완화를 통해 풀어낸 돈은 무려 4조5000억 달러였다. 5조 달러에 가까운 돈을 움직일 수 있는 기구는 지구상에 미국 연준 말고는 없다. 물론 그 힘은 달러에서 비롯된다. 미국이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세계의 최강국인 이유가운데 하나는 달러다. 다른 나라는 외환위기를 언제든 겪을 수 있지만 미국만은 달러가 부족하면 그냥 찍어내면 된다. 그리고 그 달러를 찍어내는 곳이 바로 미국의 연준이다.

이처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 곳이지만 구조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이름부터가 한국은행, 일본은행처럼 무슨 은행이 아니라 말 그대로 번역하자면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라는 기구다. 이 기구를 운영하는 책임은 워싱턴에 있는 이사회(Board of Governors)가 갖는다. 이사회는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이 인준하는 7명으로 구성되는 데 이게 끝이 아니어서 전국적으로는 12개의 지역 연방은행들이 있다. 각 지역에 있는 연방은행들은 법적으로는 그 지역의 민간은행들이 소유하는 구조다. 은행들이 공동으로 출자한 주식회사인 만큼 일반적으로는 주주들의 뜻에 따라 움직여야 하겠지만 그것도 아니어서 미국의 통화금융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라고 부르는 기구다. 이 위원회에는 중앙에 있는 7명의 연준 이사와 지역연방은행장들 가운데 뽑힌 5명으로 구성된다. 대통령이 임명한 연준 이사 7명, 그리고 민간에서 지역 대표 자격으로 선출된 은행장 5명이 함께 참여해 의사결정을 하는 형식이다.

이렇게 다른 나라에 유례가 없는 복잡한 구조를 갖게 된 것은 미국의 전통이라고 해야 할 중앙으로의 권력집중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사실 미국에는 중앙은행이 없었다. 하지만 미국 경제규모가 커지고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호황과 불황을 거듭 겪으면서 1913년 드디어 미국도 중앙은행제도를 갖게 됐다. 그러나 설립의 필요성은 어쩔 수 없이 인정하면서도 중앙정부로의 권력집중에 대한 혐오는 여전해서 미국의 중앙은행제도는 어느 다른 나라도 갖고 있지 않은, 중앙과 지역,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복잡한 구조를 갖게 됐다.

원칙적으로 미국 연준이 결정하는 것은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 Rate)뿐이다. 연방은행이 시중은행에 자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초단기 금리다. 하지만 연방기금 금리가 올라가면 시차를 두고 시중의 자금사정도 달라진다. 문제는 연준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경제상황을 우선 감안해 결정을 내린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한 역사를 보면 항상 믿기 어려울 정도로 급했다. 언제나 옳았던 것도 당연히 아니다. 금리를 올려야할 때 내리기도 했고 반대로 내려야 할 때 올린 적도 있다. 그 결과 미국에는 바람직하거나 별로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해도 세계적으로는 충격을 동반하는 때가 많았다.

지난 달 미국 연준의 결정을 요약하자면 앞으로도 금리인상을 계속 해 나가기는 하겠지만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 될 것이다.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상식적으로 달러 값은 오를 것이고 우리나라 돈을 비롯한 신흥시장의 통화는 반대로 약세가 된다. 당분간 세계는 미국 연준의 금리 결정과 관련된 소식이 나올 때마다 일희일비를 겪어야 할 듯하다.

김상철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MBC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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