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4년 에디슨이 뉴욕 맨하튼에 Pearl Street Station을 건설하고 송전선로를 이용하여 전기를 공급하기 시작한 이래 100여년 간 유틸리티의 사업방식은 큰 변화 없이 유지하여 왔다. 1990년대에 이르러 유럽과 미국 중심의 규제완화로 전력산업 구조에 변화가 생겼지만 대규모 발전 및 송배전 설비에 기반한 중앙집중형 전력공급 방식은 대체로 유지가 되어 왔다.

하지만 이제 그 전통적 비즈니스의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전력산업 정책목표가 공급확대에서 탄소감축으로 크게 선회하고 있는 중이며, 탄소감축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효율 향상 등에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IT, 통신, 제조 등 타 산업이 그들이 보유한 기술을 활용하여 분산자원 및 탄소감축 관련 사업에 진출하면서 새로운 시장구조가 형성되고 있기도 하다. 고객은 과거에 싸고 풍부한 전기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안전하고 편리한 전기에 관심을 높여 가고 있는 상황이다. 유틸리티가 소유한 설비로 구축한 중앙집중형 전력공급 시스템을 이용하여 전력이라는 상품을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과거의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에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현재 글로벌 유틸리티는 비즈니스 환경변화에 대응을 위해 어떻게 비즈니스 이동을 하고 있는가?

첫째 설비에서 데이터로 이동이다. 전력수요 감소, 탄소배출 규제로 인해 설비증설을 통한 수익 확대가 곤란하지만 전력의 생산 및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이용하여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술인 IoT, Big Data, AI 등을 통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추출, 가공, 저장, 분석하는 것이 가능해 지고 있으며, 데이터를 분석하여 경영개선에 활용하는 것이 디지털 전환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둘째 판매에서 절약으로 이동이다. 각국의 에너지 정책과 소비자 니즈는 에너지사용 절감을 요구하는 추세이며 에너지효율 사업의 경제성도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전력수요 증가에 대응하거나 노후설비를 대체하기 위한 방안으로 신규 설비를 건설하는 것보다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인식하에 유틸리티는 전략적, 경제적 목적으로 에너지효율을 핵심 사업으로 접근하고 있다. 셋째 흐름은 중앙집중형에서 분산화로 이동이다. 최근 전력망에 신재생발전, ESS, DR 등 분산형 에너지자원 접속이 증가하고 있으며 유틸리티는 분산형 에너지자원 확산을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하지만 선결 과제도 산적되어 있는데, 전력공급자 다변화와 전력시장 및 전력망의 복잡도 증가 등은 안정적 망운영 측면에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넷째 소유에서 운영으로 이동이다. DER의 확산에 따라 발전 부문에서 유틸리티의 비중이 점차 감소되는 추세로, 유틸리티는 새로운 수익창출을 위해 타 사업자가 소유한 발전기에 운영서비스 제공자로 변모하고 있다. 전통적인 사업방식인 대용량 설비를 건설・소유·운영하는 전략으로는 수익 확대를 지속하기 곤란한 상황에서 DER 소유자보다 신재생 발전설비 운영경험이 풍부한 점을 활용하여, 운영 최적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상품에서 서비스로 이동이다. 비유틸리티 기업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은 유틸리티에게도 유사한서비스를 기대하고 있으며, enel과 같은 글로벌 유틸리티는 고객 니즈를 파악하고 솔루션을 제시하기 위해 전력소비 데이터 분석 역량강화를 추진하고 에너지서비스 사업 추진을 목적으로 조직 정비 시행중이다.

오늘날 유틸리티는 저탄소 정책 확산, 신사업자와 신시장의 등장, 고객의 변화 등으로 사업방식에 변화는 불가피하다. 다만, 글로벌 유틸리티 사례에서 보듯 전력산업 생태계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하여 원가에 충실한 요금제를 바탕으로 플레이어간 상호 의존적이며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 질 수 있는 정책과 시장의 조화 등을 생태계가 함께 고민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박민혁, 한전경영연구원 연구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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