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데이터·인공지능과 함께 수소경제를 3대 전략투자 분야로 선정하고, 내년 관련 예산을 크게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드론, 핀테크, 스마트공장, 자율주행차 등을 포함해 8대 선도사업에 예산 약 5조1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발표 이후 정부 관계자들의 호흡은 숨 가쁘다. 당장 연말까지 수소경제 로드맵을 작성·확정할 계획인데, 마치 폭발력·고속연소를 특징으로 한 수소가스와 닮은 듯하다.

사실 수소경제 로드맵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수소경제 마스터플랜을 작성했지만 흐지부지됐다. 반면 일본은 2013년 경제산업성에 수소·연료전지 전략협의회를 설립한 후 이듬해 ‘수소사회 실현을 위한 전략로드맵’을 발표했다.

하지만 수소 전문가들은 일본이 2000년대 초반부터 차근차근 수소경제 진입을 준비해왔다고 보고 있다. 전략로드맵 상 일본은 2030년까지 수소차 80만대, 충전소 900개를 구축한 후, 발전용 연료전지 분야를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가정용 연료전지는 이미 20만대가 보급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두 달 남짓한 기간에 일본과 같은 로드맵을 세우려 하니 신통력이 필요할 지경이다. 2005년 당시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던 공직자 등 행정의 주역들이 다시 모였다고 하나, 오랜 기간 한 분야에 몰두해온 전문가들이 공을 들인 로드맵과 같은 질적 결과를 바라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다.

일단 수송 분야는 국내 유명 완성차업체를 필두로 수년간 수소충전소·수소전기차 확대를 주장했으니 차치하겠다. 하지만 발전·가정용 등은 산단 부생수소만 활용한 국내 경험을 토대로 어떻게 수소 및 충전소를 조달할지 의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수소를 저장·운송하는 것인데, 안정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국민적 합의라는 고비를 쉬이 넘기는 쉽지 않을 듯 하다.

결국, 이 같은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 탄탄한 계획을 세워도 될까 말까 한데, 현 로드맵 작성은 ‘졸속’을 우려하는 시선이 다소 많은 듯하다. 위안부 문제 등 우리와 갈등을 빚는 일본 아베 총리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수소 경제 진입을 공표했다. 그의 자신감이 어디서 나왔는지 생각할 때 현 우리의 모습을 보면 참으로 입맛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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