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현재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판매시장 개방과도 밀접하게 연관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런 움직임은 11월 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에서 발표한 에기본 권고안에도 일부 언급돼 있다. 정부의 ‘3020 에너지정책’ 과 워킹그룹의 3차 에기본 권고안에서 보듯이 신재생의 확대는 불가피하다. 이에따라 다양한 사업자들이 시장에 참여하게 되고 국민들의 선택권도 넓어질 수밖에 없다.

3차 에기본 공급분과위원장을 맡은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공급 시스템 구축을 위해선 시장기능의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은 선진국의 신재생 중심 에너지전환정책 전철을 밟고 있다. 하지만 우려되는 것이 있다면 우리가 닮고 싶어 하는 나라들의 특징은 전력시장이 자유화 됐고 에너지 가격이 시장에 의해 결정된다. OECD에 가입한 유럽 국가의 투자 패턴을 보면 1990년을 전력산업 규제완화를 기점으로 석탄시장에서 신재생과 가스로 급격하게 변화했다. 이어 신재생이 급격하게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전력망과 전력시장의 근본적인 개혁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또 시장을 감시하는 강력한 감시기구가 만들어 졌다.

우리나라의 전력시장은 이런 유연한 구조를 갖고 있나? 어떤 시장이 좋고 나쁘냐를 따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의 현실에 맞는 정책과 제도에 대한 얘기다. 커맨딩하이츠(핵신부문). 옛 소련의 레닌이 주로 사용한 말이다. 석탄, 철도, 전력 등 국가 핵심 공공사업을 말한다. 커맨딩하이츠의 주도권을 움켜쥐기 위해 국가와 자본가의 싸움이 세계 곳곳에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전력부문 만큼은 강력한 중앙집권적 지배체제를 갖고 있다. 전력공급의 약 85%를 공공부문이 담당하고 이중 15%를 담당하는 민간도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또 판매는 한전 독점구조로 돼있다. 요금은 정부가 강력한 물가 관리수단으로 활용하며 시장과는 전혀 상관없이 움직인다. 철옹성 같은 중앙집권적 체제의 우리나라 전력산업에 시장자유화를 통해 에너진전환을 성공한 한 국가들의 모델을 들이댄다면 에너지전환의 실패는 뻔하다. 그렇게되지 않으려면 전력산업이 시장화 돼야 하는데, 현재 전력산업은 정부의 간섭은 더욱 강력해 지고 있다.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면서 닮고 싶은 모델은 찾았는데 상황이 정 반대다. 이럴땐 모델을 바꾸던지 상황을 변화시켜야 한다. 에너지전환 정책이 놓여있는 형국이다. 시장자유화가 시기상조라면 국가주도의 안정적이며 값싼 전원을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끌고 가야 한다. 반대로 에너지전환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에너지저소비국가로 만들어야겠다면 과감한 시장 개혁이 필요하다.

‘에너지신산업 비즈니즈모델’ 이란 말이 5~6년째 반복되고 있다. 반복되는 원인을 알 텐데 2~3년 있다 떠나는 공무원들은 현재의 내 자리에 충실할 뿐 미래 걱정은 없어 보인다. 우리의 정책은 지금 담장위에 앉아 담장 밖과 안 양쪽을 관망하며 시간을 보내는 그런 모습이다. 에너지정책에 진영, 이념 논쟁만 불 붙여 놓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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