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성 전북대 독서문화연구소 간사(문헌정보학 박사)
한만성 전북대 독서문화연구소 간사(문헌정보학 박사)

강의실에서 휴대폰을 충전하는 학생을 본 적이 있다. 벽면 콘센트에 부착된 충전기에 이어진 핸드폰이 수업 시작부터 바닥에 누워 있었다. 강의가 끝나자 충전도 끝난 듯 교실 앞 쪽의 충전기를 딸깍 뽑아 유유히 빠져나갔다. 조금이라도 돈과 시간을 아끼려는 학생인 것처럼 보였다.

강력한 여름 더위로 전기료가 무서워졌다는 사람들도 생겼다. 우리는 전기를 물처럼 쉽고 편하게 쓰는 데 익숙해진 지 오래됐다. 편하고, 값싼 전기로 온갖 문명의 이기를 마음껏 누려왔다.

탈원전 논란 속에서도 감히 전기를 끊고 살자고 주장할 수는 없다.

어떤 전력이든 공짜는 없다. 다만 전기 절약을 유도하는 정책적 방향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검토해 볼 만하다.

농촌에서 ‘스마트팜 혁신밸리’라는 이름으로 첨단 집적 단지 조성이 진행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 바이오 기술, 농업생명과학 기술 등을 융합하고 복합해 농사의 인력을 줄이고 생산은 늘릴 수 있다고 한다.

일부 여력 있는 농가에서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혜택도 있다.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영농 기법이라고 한다. 실제 농촌 현장 반응은 우려 섞인 뜨악함이 대세인 듯싶다.

기계화 되었어도 온몸으로 부딪쳐가며 땀흘리는 일이 농사의 본질이다. 농촌사회학자 정은정의 말을 빌리자면 자고로 농민들 입에 착 달라붙지 않는 이름의 사업은 유사 이래 계속 실패해 왔다(‘농민에게 잔인한 9월’ 경향신문 <먹거리 공화국>).

초등학교에서 올해부터 사회, 과학, 영어 영역의 디지털 교과서를 3, 4학년에 도입했다. 일부 시범학교에서는 스마트 교과서라는 이름으로 이미 몇 년 전부터 대상 과목과 학년의 범위도 넓게해 시행해 왔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새로움이 주는 ‘재미’ 같은 일부 긍정적인 효과도 있을 것이다. 수면장애, 안구 건조증 등 시력 저하, 손목 틍증, 심리적 우울증 등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지만 디지털 교과서는 앞으로 더 많은 과목, 더 많은 학년으로 적용될 계획이다.

독일의 의학자 만프레드 슈피처 (<디지털치매>, <사이버스트레스>)는 특히 초등학교에서 도입하는 전자 교과서는 학생들의 인지 능력이나 뇌의 발달 등에 큰 폐해가 될 수 있음을 과학적인 근거로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신체적 건강 문제를 우려하는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는 크게 반영되지 않은 듯하다.

수소 자동차 이전에 전기 자동차 보급이 제주도를 중심으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불안정한 유가에 따른 기름 값을 걱정하고 매연으로 인한 환경보호에도 인식 있는 일부 사람들은 새로운 트렌드에 기꺼이 탑승하려 할 것이다.

자가용 없이 버스나 택시를 선호하거나 급진적으로 자전거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크게 상관하지 않을 수도 있다.

병원에서 원격 의료 서비스 도입 문제로 논란이 진행 중이다.

시장에 순응하는 정책에 따라 규제가 해결된다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는 디지털 기기의 혜택을 얻는 의료 취약지의 일부 환자들도 있을 것이다.

짧은 시간이라도 직접 접촉과 비언어적 소통이 주는 강점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굳이 선호할 것 같지 않다.

이 모든 일련의 스마트한 정책들은 충전기가 아주 많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는 지금까지 인력의 수고로움을 전력에 최대한 전가하는 데 노력해 왔다.

이제는 전력의 수고로움도 기꺼이 함께 나누는 훈련과 노력이 더 많아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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