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가 ‘바람 앞 촛불’ 신세다. 바람의 발원지는 중동이다. ‘화약고’ 중동에서 펼쳐지는 미국-사우디아라비아-이란 역학관계는 석유 가격을 요동치게 한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멈추면 멈추는 대로 철저한 ‘종속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40년 가까이 듣지 못한 이름, ‘오일 쇼크’가 현실로 다가온다는 전언이다. IMF를 넘긴 후 20년 넘게 우리 일이 아닐 것 같았던 ‘국가 부도’ 소리도 들린다.

4일 한국금융연구원이 격주로 발간하는 금융브리프에 ‘제3차 석유파동 및 신흥국 경제위기 발생 우려’ 보고서가 올라왔다. 이에 따르면 원유 공급 차질에 따른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면 장기적으로는 국가 디폴트도 발생할 수 있다.

미국은 5일(한국시간) 이란 경제제재를 복원하면서 원유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란산 원유는 일단 유동성이 현저히 떨어지게 됐다.

여기에 사우디산 원유도 공급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對)사우디 비난 여론으로 자원 무기화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원유 증산에 시큰둥한 모습이다. 베네수엘라도 정세 불안으로 지난해 원유 생산량이 28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아’ 수입에 100% 의존해야 하는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경상수지(수취한 외화와 지급한 외화의 차액)는 적자폭이 커지고 투자가 위축돼 고용 규모는 더욱 감소할 전망이다. 즉 1997년 외환위기가 약 20년 만에 재현되는 셈이다.

이미 문재인 정부 들어 각종 경제지표는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다. ▲고용 불안 ▲자영업자 폐업 ▲스태그플레이션 등 부정적 키워드가 경제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개입할 수 없는 외부적 요인이 대형 악재로 등장한다면 그야말로 ‘설상가상(雪上加霜)’, ‘엎친 데 덮친 격’ 등의 문자가 인구에 회자될 것이다.

흙수저의 비애가 사회문제로 등장하는 최근의 대한민국도 ‘석유 흙수저’라는 새우 처지로, 고래들의 싸움을 어떻게든 피해야 할 운명이다. ‘싸움 회피 내비게이션’인 유가 그래프에 매몰돼야 하는 처지가 현실 흙수저의 그것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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