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시대 도래, 전선업계 기회”
‘소통, 일하기 좋은 기업문화’ 등 미래시장 유연하게 대처

크리스토퍼 게랑 넥상스 그룹 CEO
크리스토퍼 게랑 넥상스 그룹 CEO

40대 CEO가 매출 8조2000억원(64억 유로)에 달하는 세계적 전선기업을 이끌게 됐다.

넥상스는 지난 7월, 그룹의 새 리더로 46세의 크리스토퍼 게랑 씨를 선임했다. 그룹 역사상 최연소 CEO다.

그는 1997년 넥상스 그룹에 입사한 이후 총 12번의 승진을 거듭한 끝에 20년 만에 그룹 최고경영자에 등극했다. 크리스토퍼 CEO는 영업 사원으로 시작해 2014년부터 유럽지역 총괄사장을 역임하는 등 케이블 분야 전반을 꿰뚫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EO 취임 이후 1박 2일 일정으로 첫 방한한 그를 지난 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났다.

크리스토퍼 CEO는 이 시대 기업의 화두인 ‘혁신’과 ‘미래 전략’에 대해 자신의 평소 철학을 가감 없이 표현했다.

그는 “넥상스는 고객과 함께 더 안전하고 스마트하며, 효율적인 미래를 주도해나가야 한다”며 “불확실하고 복잡하며 모호한 미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혁신적이고 고객중심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환경 파괴 없는 지속 성장을 추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젊고 유능한 인재를 육성하고 디지털을 활용한 워크넷(Work-Network),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등 미래 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경영방식과 기업문화도 적극 도입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리스토퍼 CEO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거대 글로벌 전선그룹을 이끌고 있는 비결을 ‘소통’에서 찾았다.

“모든 사람에겐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넥상스 입사 이후 다양한 분야의 수 많은 사람들과 소통했던 경험이 그룹의 리더가 되는 과정을 만든 것 같아요.”

그는 소통을 즐기고 특히 젊은 사람들과 대화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젊은 사람들의 특징은 소속감과 일에 대한 목적이 분명하다는 거예요. 또 함께 일하는 것을 즐기죠. 기능이 아닌 임무를 선호하고 디지털을 자유자재로 다룹니다. 미래를 이끌어 나갈 젊고 유능한 인재들과 함께 일하기 위해선 이들과 꾸준히 소통해야 하고 여기에 맞게 기업문화도 바꿔나가는 게 필요합니다.”

크리스토퍼 CEO는 취임 이후 무엇보다 ‘일하기 좋은’ 기업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주 52시간 근무제를 의무 시행보다 앞당겨 내년 중순부터 조기 시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서로 다른 시각이 더 좋은 성과를 만든다는 생각에 여성 임원의 비중을 전체의 10%로 늘리기로 했다.

스스로 워라밸을 실천하는 크리스토퍼 CEO는 1년에 두 번씩 3일 동안 모든 것이 차단된 곳에서 명상을 즐긴다고 한다. 평소 동양철학에 관심이 많아 명상을 시작한 지 벌써 10년째다.

기업문화만큼이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미래 먹거리 시장이다.

“요즘 시대를 일컬어 ‘VUCA’라고 합니다. 변동이 심하고(Volatile), 불확실하며(Uncertain), 복잡하고(Complex), 모호한(Ambiguos) 시대라는 뜻이죠. 넥상스가 전문기관에 의뢰한 메가트랜드 분석에 따르면, 2030년까지 세계 인구는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어요. 특히 도심 인구는 40% 이상 늘어난다고 합니다. 도시 인구의 증가는 전기와 통신 데이터, 이동 수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전선 수요가 확대된다는 걸 의미하죠.”

그는 특히 인공지능 기술을 설명하며 미래 전선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최근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기조연설에서 인공지능이 사람과 통화하는 장면을 봤어요. 상대방은 인공지능인 걸 전혀 인지하지 못하더군요. 기술의 발전이 정말 빠르다고 느낀 동시에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 시대가 펼쳐질 거란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크리스토퍼 CEO는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면 데이터 전선의 수요는 지금보다 100배 이상 늘 것”이라며 “이는 전선업계의 새로운 기회”라고 했다.

넥상스코리아의 그룹 내 비중과 역할에 대해서도 소신이 뚜렷하다.

크리스토퍼 CEO는 “한국은 그룹 내에서 8번째로 규모가 큰 나라이면서 아시아 대표 기업(flagship)입니다. 특히 그룹에 단 세 곳 뿐인 연구소 중 하나인 진천 NRC(Nexans Research Center)도 있죠. 진천 NRC는 컴파운드와 혁신 제품, 새로운 기술 도입 등을 통해 그룹 내 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는 “짧은 방한 일정이었지만 넥상스코리아 임직원들과 미래 케이블 시장에 대해 논의하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서 뿌듯하다”면서 “넥상스는 앞으로도 세계 최고의 제품과 혁신 서비스를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케이블 선도 기업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넥상스 그룹은…

넥상스 그룹은 지난 1897년 프랑스에 설립된 전선 분야 글로벌 선두 기업이다. 전 세계 34개국에 생산 설비를, 80여개국에 영업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120년의 역사 속에서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 전선 시장에서 가장 폭넓고 전문화된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주요 사업 분야로는 전력, 통신, 가전, 빌딩 등이며 해당 분야에서 고객의 요구에 맞는 전선을 제작·공급하고 있다.

넥상스 그룹의 지난해 매출액은 64억 유로를 기록했다. 지역별 매출로는 유럽이 31%, 북미가 12%, 아시아가 12%, 남미 6%, 중동·러시아·아프리카가 6%를 차지했다.

◆넥상스 인 코리아는…

넥상스코리아의 전신은 지난 1960년 설립된 대성전선이다. 대성전선은 이후 2001년 넥상스 그룹에 편입, 넥상스코리아로 사명을 바꿨다.

넥상스코리아는 대영전선과 극동전선의 지분 확보를 통해 규모를 확장했다. 3개 기업을 합해 넥상스 인 코리아로 부르기도 한다.

넥상스 인 코리아는 전력케이블, 동통신케이블, 광케이블, 자동차용 케이블, LAN케이블 등 범용케이블을 생산하고 있다. 진천, 음성, 청원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으며 서울, 부산, 광주에 영업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총 임직원은 443명이며 지난해 매출액은 4580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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