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서 효율적인 전기사용 위해 판매시장 개방 등 국민선택권 확대 주장
'3020달성'위해 신재생 전담할 공공기관과 중립적 계통운영기관 필요성 언급

전력 시장에 경쟁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민간 대기업의 발전시장 진출로 발전분야는 시장이 개방됐지만, 소매시장은 한전의 독점 구조로 돼 있다. 이번 주장은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판매시장에 경쟁을 도입해 국민의 편익을 높이자는 주장이다. 지난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을 통해 확립된 현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광명시 을)은 ICT 기술발전,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신산업 등 변화하는 전력시장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력산업을 개방하고 경쟁을 도입해 시장구조를 수요자 중심으로 개선하자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시장이 화석연료 감축과 친환경에너지의 확대, 분산전원기반 마이크로그리드 확산, ICT와의 결합을 통한 융복합 에너지신산업 확대 등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한전의 독점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에너지 산업 발전이 뒤처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충분한 전력예비율과 에너지신산업의 확대는 판매시장 경쟁 도입을 위한 최적의 조건으로 판단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선진국의 경우도 전력산업 구조개편 추진 시 설비예비율은 영국 21.4%, 프랑스 32.1%, 미국 21.5% 등으로 조사됐다”며 “우리나라도 예비율이 20%를 상회하면서, 전력산업 경쟁도입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돼 있어 전력사업 자유화를 단행해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고 진단했다.

덧붙여 “전기사업법 개정을 통해 독점하고 있던 소매시장은 개방됐지만 송배전 운영, 계통운영에 이르기까지 경쟁체제를 도입해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며 공정경쟁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판매시장 경쟁 도입의 연착륙 사례로 일본을 들었다. 일본은 1995년 발전 부문을 개방한 후 소매 부문은 2000년 계약전력 50kW까지 판매 부분을 단계적으로 개방했다. 2016년 4월 1일 결국 가정용 소매 전력시장까지 완전 개방해 경쟁 체제를 구축했다.

개방 후 특별고압의 전체 점유율은 15.7% (2018년 2월 기준)이며, 2016년 4월 개방 후 저압분야 점유율은 8.4%(2018년 2월 기준)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6년 4월 완전 자유화 이후 신규 소매 전기 사업자가 291개에서 496개(2018년 6월 기준)로 약 40% 이상 증가했고 가스회사, IT회사들이 전력시장에 적극 진입하면서 본원적 서비스(가스, 통신, 방송 등)와 전기를 결합한 다양한 결합 서비스(요금제)들도 출시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전기요금도 규제요금 대비 평균 4% 정도 낮게 형성되고 있다.

이언주 의원은 “OECD 회원국 중 전력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 멕시코, 이스라엘에 불과하다”며 “일본의 사례를 보더라도 전력시장 전면개방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 판매시장 개방이 모델 될 수 있지만 상황은 달라

日 요금 3배가량 높고 연료비연동제 도입 원가에 충실

판매시장 개방되면 대도시만 사업자 몰리는 ‘체리피킹 현상’ 우려도

일본이 지난 2016년 4월 1일 전력소매 시장을 완전 개방한 후 판매 사업자(2018년 6월 기준)는 기존 10개 전력회사에서 496개사로 급증했다. 판매시장 개방 2년이 지난 현재 가스, 통신방송, 지자체 등이 전력사업자로 등록해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시장 개방 초기에 비해선 신규 사업자의 유입은 주춤하는 추세다. 개방 첫해인 2016년 127건에 달하던 사업자수는 지난해는 87건으로 줄었다.

사업자의 희비도 교차하고 있다. 또 대도시 중심으로 새로운 사업자가 등장하면서 우리나라처럼 공공재 성격이 강한 전기를 민간이 참여해 경쟁할 경우 전기 소매시장에서 돈 되는 시장만 민간이 참여하는 체리피킹(Cherry picking)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일본도 시장 규모가 크고 요금이 높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기존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 간 고객 유치 경쟁은 치열했다. 도쿄와 오사카를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동경전력과 관서전력 내에서 신전력사업자의 진출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신전력사업자의 53%(249개)가 동경전력에, 18%(85개)가 관서전력 구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출혈경쟁으로 인해 신전력사업자 중 파산하는 기업도 생겨났다.

신전력사업자 중 점유율 5위였던 로지텍이 파산했으며, 6위인 다이토에너지는 올해 초 시장에서 철수했다. 전력시장은 정확한 판매량 예측이 어렵고, 국내 원자재 가격과 환율에 따라 도매가격의 변화가 심하다. 특히 요금을 회수하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자금력과 충분한 발전원을 확보해야 사업에 성공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도 판매용 전원확보가 경쟁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존 전력회사의 경우 자체발전을 통한 전원확보 비율이 87%에 달했지만, 신전력사업자는 42%로 절반에 못 미쳤다. 60% 가까이를 외부에서 구입해 재판매하는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공급능력 부족으로 고객의 전력사용 신청을 거절하는 사례도 발생하는 등 전원확보는 최대 현안이 됐다.

반면 다양한 요금제도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은 확대됐다. 요금제도는 야간, 다소비, 단일단가 등 다양해졌으며, 전기와 인터넷·음원·가스 등을 결합한 상품도 등장했다.

시장개방 과정에서 가스, 통신회사 등 다양한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했다. 동경가스의 경우 기존의 검침인력이 방문 영업을 하면서 사업자를 확보해 신전력사업자 중에서 저압부문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반면 통신회사인 소프트뱅크 자회사 SB파워의 경우 다양한 결합 요금제도를 선보였지만, 시장에선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미쓰비시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판매시장 개방으로 저압요금은 기존 전력사 대비 신전력사의 요금이 1엔/kWh 저렴한 것으로 분석됐다.

시장확대와 기술의진보.. 국내 전력산업구조 개편 불댕기나

현재의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민간기업의 발전시장 참여와 한전의 판매독점 체제로 고착화됐다. 지난 2010년 초반까지 학자들 중심으로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지만, 2011년 9월 순환정전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전력수급 위기 등을 겪으면서 현 체제에 대한 묵시적 동의가 있었다.

이 때문에 발전분할과 판매시장 개방이 핵심인 ‘전력산업구조개편’은 철지난 얘기처럼 들렸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5~6년 동안 잠잠했던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으며, 공개 석상에서 필요성을 언급하는 발언들이 흘러나온다.

지난달 16일 열린 한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과 홍의락 의원은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며,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전력산업의 환경이 바뀌는 만큼 새로운 환경에 맞는 전력산업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언급된 전력산업구조개편은 지난 2001년 한전이 6개의 발전자회사로 분할되고 소매경쟁 도입을 전제로 했던 당시 상황과는 다르다. 핵심은 에너지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대량발전, 장거리 송전개념이 아닌 분산전원의 확대에 맞춘 그리드 구성이 필요한데 현재의 구조에선 다양한 사업자의 참여와 사업 활성화가 더딜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사실 에너지전환은 단순히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아니라 전력산업 환경 변화와 나아가 에너지다소비 중심의 우리나라 산업 환경을 에너지저소비는 물론 효율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또 전력산업에 참여하는 플레이어(전력공기업 등)들의 환경도 변했다. 값싼 전원으로 대표되던 원자력과 석탄화력의 건설이 축소 또는 중단되면서 관련 분야 여유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때맞춰 태양광 풍력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대는 발전회사의 주요한 사업 아이템이 됐다. 발전공기업은 2030년까지 약 61조원을 들여 신재생 발전 설비를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가 발표한 8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2022년까지 신규석탄 7기가 건설되고 원자력은 신고리 5, 6호기를 마지막으로 건설이 없다.

신재생물량 확대, 복잡해진 전력계통 집중 관리할 기관 필요

신재생 공사, 전력계통 신뢰도 기구 설립 등 논의할 시기

정치권 일각에선 전력산업구조개편을 통해 신재생발전을 총괄할 수 있는 전문 공공기관의 필요성이 언급된다. 신재생사업 초기에는 건설, 계통 연계 사업이 주가 될 수밖에 없는 만큼 발전공기업 건설인력을 통합해 ‘신재생공기업’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의 20%인 63.8GW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계획이다. 이중 한전 및 발전6사가 담당할 물량이 정부 목표의 82.6%인 52.8GW다.

총 투자비만 167조원에 달한다. 여당 내에서도 발전회사 개별 기업들의 투자비용이 적게는 15조원에서 많게는 25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인력과 조직이 부족한 발전자회사 개별기업에 맡기기에는 부담이 큰 만큼 발전공기업의 관련 업무를 떼어내 별도 조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당 의원의 한 보좌관은 “정부의 계획대로 신재생을 확대하기 위해선 대규모 개발이 필요한데 이를 개별 공기업에 맡기기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한전을 비롯한 발전 공기업의 신재생 사업을 한데 모아 별도의 공기업 필요성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또 신재생의 확대는 계통이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데 현재 운영과 관리가 분리된 상황에서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하겠냐는 문제도 있다. 이 때문에 전력거래소와 한전으로 분리된 전력계통 운영과 관리를 전담할 기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담 기구 설립 논의는 지난 2013년에 본격 진행됐다. 2013년 정기국회 때 ‘전력계통 신뢰도 관리 전문기관 설립·운영’과 관련한 전기사업법 개정 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해외에서는 계통 운영 전문기관이 독립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은 1965년과 2003년 발생된 북미 대정전을 계기로 해 북미전력계통신뢰도관리기구인 NERC를 설립해 전력계통 신뢰도를 관리하고 있다.

유렵은 EU역내 및 인근의 전력계통이 연계된 34개국 41개 송전계통운영자가 ENTSO-E를 설립해 경쟁적 전력시장 체제하에서 국가 간 연계된 전력계통의 신뢰도를 관리하고 있다.

일본도 송전계통의 계통신뢰도를 관리하기 위해 일본전력계통이용자협의회인 ESCJ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력계통 신뢰도를 높이고 전력계통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NERC와 유사한 국가 전력망을 중립적으로 관리·감독할 ‘전력계통 신뢰도 관리기관’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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