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공사협회 경남도회(이하 경남도회)가 온갖 편법으로 만신창이가 된 전기공사업법 제11조를 되살렸다.

전기공사업법은 전기공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 전기공사의 안전하고 적정한 시공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 그리고 제11조는 전기공사 분리발주를 천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외가 원칙을 앞서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오랜 세월 지속됐다. 공공기관의 행정편의주의와 대기업 중심의 턴키마피아들 때문이다. 최근 경남개발공사는 아파트 건설에도 분양성공을 염두에 둔 대기업 브랜드 도입을 위해 기술제안입찰을 시도하다 경남도건설기술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 통과를 코앞에 두고 경남도회의 강력한 반발에 저지된 바 있다. 이처럼 기술제안입찰은 발주처의 의도에 따라 그 의미가 왜곡되고 편법으로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지난 7월 4일 경실련에서는 가격 경쟁대신 로비경쟁으로 얼룩진 입찰제도 전면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제 편법으로 기술제안입찰을 시도하는 것은 무의미해졌다. ‘창원시 음폐수 바이오에너지화시설 설치사업’ 이 지난 11일 나라장터에 입찰 공고가 뜨면서 기술제안입찰을 하더라도 전기공사는 분리발주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증빙됐기 때문이다. 기술제안입찰 방식 전기공사 분리발주는 이번 ‘창원 음폐수’ 입찰이 전국 최초이다. 역사적인 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

기술제안입찰에서 전기공사업체는 하청으로 들어가거나 기껏해야 대기업 협력업체로 등록해서 눈치를 보며 컨소시엄으로 참가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기공사업체들은 발주처가 지역 중소 업체의 참가를 위해 노력했다는 철없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오로지 분리발주만이 하청이 아닌 원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시켜줄 뿐만 아니라 모든 전기공사업체가 입찰에서 동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고 말한 것을 실현하는 것이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이 기술제안입찰 분리발주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통영-고성 광역자원회수시설’이 기술제안입찰 통합발주로 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경남도회에서 한국전기공사협회 중앙회(이하 중앙회)에 긴급 지원을 요청, 지난 4월 19일 전국에서 모인 400여 회원들이 통영시청에서 궐기대회를 했었다. 이 감동의 궐기대회가 정치권 및 지역 여론을 움직여 한국환경공단으로 하여금 항복하게 한 것이다. ‘창원 음폐수’ 분리발주는 4•19 통영 궐기대회가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발주처가 한국환경공단으로 동일했기 때문이다.

보통 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면 으레 포기하기 마련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투쟁하며 분리발주를 관철시킨 경남도회의 노력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또 지회의 협조요청을 외면하지 않고 서울에서 통영까지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적극 지원한 중앙회 역시 찬사를 받아야 한다. 한국환경공단은 기술제안 낙찰자의 고의 혹은 과실로 전기공사업체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많은 고심을 했으며 이런 이유로 입찰 공고가 늦어졌던 것으로 알려줬다.

이번 한국환경공단의 전국 최초 기술제안입찰 분리발주는 한국전기공사협회 전체 회원사들의 일치단결한 노력의 결과이지 하늘에서 저절로 떨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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