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지주 핵심 계열사로…B2C 콤플렉스 극복 시도

롯데가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식품·유통에서 화학으로 무게추가 이동하는 모양새다.

롯데그룹 화학 BU(Business Unit)의 지주격인 롯데케미칼은 최근 롯데지주의 자회사로 들어갔다. 신동빈 회장이 이달 초 경영에 복귀하면서 롯데케미칼의 최대주주는 롯데지주로 바뀌었다.

롯데지주는 지난 10일 호텔·서비스 BU의 호텔롯데와 롯데물산 등이 가지고 있던 롯데케미칼의 주식 410만1467주와 386만3734주를 2조2274억 원에 사들였다.

롯데케미칼은 12일 “‘롯데지주의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한 지분 취득’으로 최대주주가 롯데물산에서 롯데지주로 변경됐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롯데케미칼 울산공장.
롯데케미칼 울산공장.

롯데케미칼이 롯데지주의 핵심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그룹 이미지 변화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신 회장이 집행유예로 출소한 후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업계는 롯데케미칼의 대규모 투자가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개발사업 투자가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4조 원 규모의 이 사업은 올해 초 착공할 예정이었지만 2월 신 회장이 구속되면서 중단됐다.

롯데케미칼은 이 사업을 통해 오는 2023년부터 연간 에틸렌 100만t, 에틸렌글리콜 70만t, 부타디엔 14만t, 폴리에틸렌 65만t 등을 생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해외 사업은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프로젝트, 말레이시아 타이탄 공장, 미국 에탄 크래커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우즈벡 수르길 프로젝트를 통해 폴리에틸렌 40만t, 폴리프로필렌 10만t을 생산한다. 말레이 타이탄 공장에서는 에틸렌 80만t, 프로필렌 50만t을 만든다. 미국 에탄 크래커에서는 에틸렌 100만t, 모노에틸렌글리콜 70만t을 생산할 계획이다.

또 국내 여수·대산 공장에서 출하되는 에틸렌 연간 230만t까지 포함하면 롯데케미칼의 규모는 국내 1위, 세계 7위로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롯데케미칼이 창사 후 처음으로 선보인 TV광고 ‘글로벌 케미스토리’. 연말까지 3편의 시리즈로 선보일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이 창사 후 처음으로 선보인 TV광고 ‘글로벌 케미스토리’. 연말까지 3편의 시리즈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 같은 행보에 발맞춰 롯데는 화학 기업 이미지를 대중에 심고 있다. 지난 7월 창사 첫 TV 광고를 선보였다. ‘글로벌 케미스토리(Global Chemistory)’를 콘셉트로 연말까지 3편의 시리즈를 제작할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1948년 일본에서, 1967년 대한민국에서 설립된 이후 철저히 B2C(Business to Consumer)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고수해왔다. 롯데껌, 롯데리아, 롯데월드, 롯데호텔, 롯데백화점, 칠성사이다 등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구조로 사업을 운영해 왔다.

이 같은 방식은 종합 대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가져왔다. ‘껌 팔아 돈 버는 기업’이라는 일부 조롱도 현재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강병철 롯데 자이언츠 감독.
강병철 롯데 자이언츠 감독.

제과업 이미지는 프로야구 ‘까자값 사건’으로 노골화됐다. 롯데 자이언츠는 1986년 시즌 마친 후 강병철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았다. 1984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감독과 갑작스럽게 이별한 이유는 ‘과자(까자)’ 때문이었다.

당초 롯데 구단은 강 감독과 재계약하기로 일찌감치 방침을 세웠다. 계약금이 500만~1000만 원 선에서 논의되는 가운데 강 감독은 코칭스태프 가운데 이희수 코치의 팀 잔류를 요청했다.

강 감독은 구단 관계자와 전화를 통해 이 코치 계약금에 대해 논의하던 중 “(이 코치 계약금을) 아이들 과자값 정도로 생각하면 곤란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당시 롯데 구단 박종환 단장에게 이 계약금을 ‘강 감독의 계약금’이라고 곡해해 전했다.

이 말을 들은 박 단장은 “뭐라? 까자값(과자값)? 강병철이 마이 컸네, 500만 원이 까자값이라꼬?”라면서 대로했다. 롯데 구단과 강 감독의 재계약은 순식간에 없던 일이 됐다.

이 같은 사례처럼 롯데는 B2C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인 콤플렉스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같은 콤플렉스는 롯데케미칼을 통해 점차적으로 희석되는 모양새다.

롯데케미칼의 역사 또한 결코 짧지는 않다. 1976년 호남석유화학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후 1979년 공기업 민영화를 통해 여수석유화학을 인수, 석유화학 제품을 본격적으로 생산했다. 이후 현대석유화학, KP케미칼 등을 인수해 규모를 키운 후 2012년 명칭을 롯데케미칼로 바꿨다.

신 회장의 대한민국 롯데 첫 근무지가 롯데케미칼이다. 1988년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한 신 회장은 2년 후인 1990년 호남석유화학의 상무로 취임해 한국에서의 경력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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