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의 꽃’이라고 불리는 국정감사는 매년 기대 속에 시작해 ‘정책국감 실종, 맹탕국감 재연’ 등의 혹평과 함께 막을 내린다.

전력에너지 분야에 대한 국감을 실시하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장 난 라디오를 틀어놓은 것처럼 ‘탈원전’을 둔 정쟁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국감 기사를 조금만 손보면 올해 국감 기사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이번 국감에서도 ‘탈원전은 세계적 추세’라는 여당과 ‘재생에너지는 비현실적’이라는 야당은 서로 대립각을 세우며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백년대계’라 할 수 있는 에너지 정책에 대한 논란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저마다 현재를 바라보는 시선과 미래를 내다보는 눈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산자중기위 국감에서 보듯이 양측이 평행선을 그리며 교점을 만들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 국감 기사도 올해 국감 기사와 대동소이할 것이며, 내년 이맘때 ‘기자의 눈’의 제목은 ‘고치지 못한 고장 난 라디오’가 될 공산이 다분하다.

무엇보다 국가 에너지 정책이 소모적 논쟁으로 답보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여야 양측은 원전 또는 재생에너지의 약점만을 찾아 헐뜯기에 바쁘다. 완전무결한 에너지원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 에너지 정책은 주어진 상황에 맞게 적절한 에너지 믹스를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대통령 공약이 출발점이며, 지난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이 온점이다. 당초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여부만 결정하기로 한 공론화위가 ‘원전축소’를 권고안에 담았다. 정부는 권고안을 토대로 에너지전환 로드맵과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했고, 이후 어떠한 국민 의견 수렴 과정과 입법 절차 없이 한국수력원자력의 자발적 사업포기로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됐다.

연이은 경주·포항지진으로 인한 불안감과 원전사고의 위험성,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 등에 따른 탈원전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벌써부터 탈원전 정책의 일환인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4기 백지화’ 등의 졸속추진으로 후폭풍이 거세다.

오는 20일은 공론화위가 권고안을 발표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고장 난 라디오를 고치는 방법은 공론화위의 권고안이 온점에서 반점이 되고, 우선적으로 정책 추진 과정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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