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적자, 방치가 낳은 예정된 결말”
“공사 포함해 각 주체들 각고의 노력 필요”

서울교통공사의 재무 상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매년 수천 억 원의 적자를 쌓으면서 지난해에는 80.8%의 부채비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2027년에는 공사가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지난 40여 년간 시민들의 발 역할을 해온 서울지하철은 이대로 좌초하게 되는 걸까.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의 원인은 무엇인지, 또 돌파구는 없는지 대중교통 분야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인 강승필 서울과기대 철도대학원 교수<사진>에게 물었다.

“양질의 교통서비스를 최소한의 비용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것. 대중교통 분야 종사자들이 유념해야 할 유일한 명제죠. 하지만 지금은 그 명제를 오롯이 서울교통공사 혼자서 떠안고 있는 상황입니다.”

강승필 교수는 공사가 처한 재정 위기를 ‘방치가 낳은 예정된 결말’이라고 표현했다. 공사가 쓸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인 반면, 문제 해결의 주체가 돼야 할 정부 및 유관 기관들이 손을 놓고 있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사가 매년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낮은 운임과 무료환승제도입니다. 이 때문에 공사의 운임 원가 보존율은 65.4%에 그치고 있습니다. 80~90%대의 보존율을 보장하는 해외 사례와 대조적이죠. 빈번히 언급되는 무임승차비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필요에 의해 도입한 복지제도에 들어가는 비용을 공사가 부담토록 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들의 공통점은 공사 혼자서는 손 댈 수 없는 현안들이라는 것이죠.”

강 교수는 이러한 논의의 틀 아래서는 공사와 같은 핵심 대중교통 제공자에 필요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지속가능성이 없는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악화돼 결국 시민들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지하철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안정성, 기술력 등이 업그레이드 돼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교통도 서비스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이용객의 만족도를 계속 충족시켜야 한다는 얘기죠. 또 현대사회에서 교통 이동권이 시민의 기본 권리로 잡은 터라, 최소한의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도 있습니다. 결국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인데, 공사의 재정 악화가 계속되면 그 손해는 지하철 이용객에게 돌아갈 겁니다.”

그는 문제 해결을 위해선 공사뿐만 아니라 각 주체들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공사가 자체적으로 혁신을 이뤄가는 동시에 정부·지자체도 이에 합당한 지원책을 펴야만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공사의 수익 구조에서 운임 의존 비율이 80%에 달합니다. 운임을 손댈 수 없는데, 운임에 기대야 한다는 게 역설이죠. 50대 50까지 낮추고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대사업을 대폭 확대해야 합니다. 정부와 서울시도 이러한 시도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하고요. 적자를 봐도 관계 없다는 ‘운영사’의 마인드를 계속 가져가서는 문제를 풀기 어렵습니다. 공사도 이참에 ‘적극적인 사업자’로 운영방식의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갈 필요가 있습니다.”

모범적인 사례로는 홍콩을 꼽았다. 실제로 홍콩메트로는 운임 수익 50%를 제외한 나머지를 부동산 수입에서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종점역에는 놀이동산, 공원과 같은 편의시설을 구축하는 등 지하철 운영 외에도 수익창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강 교수는 해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지하철 요금에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해나가는 논의도 시작할 시점이 됐다고 진단했다. 요금을 현실화하는 가운데 여러 부가적인 정책을 펴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원가 보존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실제 이해당사자들이 논의를 꺼내기 부담스럽다면 ‘교통요금조정위원회’ 등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 정례적으로 논의를 할 수 있죠. 이후 요금 현실화가 이뤄지면 그때가 돼서야 일본지하철과 같은 고용주 부담식의 세제개편도 논의해볼 수 있다고 봅니다. 갈 길이 멀지만, 한걸음씩 나아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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