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입찰 탓에 민수시장에서는 돈을 벌 수 없다. 고품질 시공 결과물을 원하면서 발주는 턴키로 한다는 건 모순된 이야기라는 얘기.”

분리발주 수호는 이미 수십년 전부터 지켜져 내려온 전기공사업계의 가장 큰 가치 가운데 하나다.

단순히 전기공사업계의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대형 건설사들이 발주하는 공사에서 전기공사업체는 단순한 하청업체 수준의 대우밖에 받지 못한다.

관급공사와 비교할 때 절반도 안 되는 사업비를 갖고 시공해야 한다는 게 전기공사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사실상 손해를 보면서 공사를 해야 한다는 것.

이 같은 상황에서 시공품질을 지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분리발주 수호를 외치는 것이 시공 품질을 지키기 위한 전문 기술자들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인 이유다.

강릉시는 671억원 규모로 시행되는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사업을 턴키로 발주할 예정이다. 이르면 10월 쯤 조달청을 통한 입찰공고가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강릉시는 설비의 성능보증이 필요하며, 하자발생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할 수 없다는 점에서 통합발주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품질과 성능 위주의 공사를 수행하겠다는 강릉시의 목표와 달리 공사는 또 최저가 입찰로 인한 저품질 전기공사가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기존 폐기물처리시설 공사 대부분 전기공사를 분리발주했다. 전기공사업계가 충분히 고품질 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번 공사는 이전 사업들과 비교해 대형공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공사내용까지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루 180t의 폐기물을 처리해야 하는 폐기물처리시설이다. 제대로 된 공사를 수행해서 문제없이 설비가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입찰공고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다. 강릉시는 보다 신중한 선택을 통해 강릉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시설물을 제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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