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초과 상태에서 채무자가 재산을 어느 한 채권자에게만 담보로 제공하면 원칙적으로 사해행위에 해당하여 다른 채권자가 소송을 제기했을 때 취소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자금난에 빠진 채무자가 자금을 융통하여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변제 자력을 회복하는 최선이라고 생각하여 부동산을 특정 채권자에게 담보로 제공하고 그로부터 물품을 공급받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담보설정행위는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고(2011다88832 판결), 추가 설정된 담보권의 피담보채무에 기존채무가 포함되었다 하더라도 기존채무를 위한 담보설정과 물품을 계속 공급받기 위한 담보설정이 불가피하게 하나의 행위로 이루어졌고 당시의 여러 사정을 고려했을 때 추가 담보설정이 회사 갱생을 위하여 합리적 범위를 넘지 아니한 때에는 역시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2000다25842 판결).

위와 같은 판례가 일정한 기준이 될 수는 있지만 결국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합리적인 범위를 넘지 아니한 때’와 관련하여 개별 사건마다 구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최종 판단이 내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2018. 8. 30. 선고된 대법원 판결(2018다228318)에서도 원심과 대법원이 다른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1차 근저당권(최고액 6억 3,000만 원, 설정등기일 2015. 10. 30., 말소등기일 2016. 1. 13.)이 말소된 이후 다시 2차 근저당권(최고액 8억 원, 설정등기일 2016. 4. 21.)을 설정한 행위가 사행행위인지 문제되었는데, 원심은 ① 1차 근저당권이 말소되고 2차 근저당권이 설정될 때까지 채무자와 피고 사이에 계속 물품거래가 있었던 사실, ② 2차 근저당권이 설정된 이후 피고가 계속하여 채무자에 물품을 공급하지 않은 사실, ③ 피고 스스로 2차 근저당권이 채권최고액의 범위 내에서 종전 미지급채무를 포함한 모든 채무를 담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사실 등을 기초로 2차 근저당권 설정계약이 사업계속을 추진하기 위한 신규자금 유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는데, 구체적으로 ① 1차 근저당권이 말소된 경위(채무자가 피고에게 대출거래은행을 변경하여 2억 원을 더 대출받아 먼저 피고에게 변제하고 다시 해당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겠다며 먼저 1차 근저당권의 말소를 제안함), ② 2차 근저당권이 설정된 경위(피고가 거래를 정상화하자고 채무자에게 먼저 제안함), ③ 2차 근저당권 설정 후 피고와 채무자 사이의 거래가 중단된 경위(피고가 2차 근저당권 설정계약일 및 그 다음 날에 걸쳐 총 188,850,772원 상당의 물품을 공급했으나, 이후 채무자가 다른 거래처로부터 1억 원의 물품대금을 지급받고도 그 중 4,000만 원만 피고에게 지급함) 등을 근거로 원심과 다른 결론을 내렸습니다. ‘합리적 범위’와 관련해서는, 대법원이 1차 근저당권이 말소된 무렵의 피담보채무액(361,818,512원)과 피고와 채무자의 거래가 종료된 무렵 2차 근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 피담보채무액(366,140,850원)이 거의 비슷한 점을 고려하여 합리적 범위를 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채권자 취소소송과 관련해서는 많은 대법원 판례가 존재하지만, 최종 결론은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분쟁이 발생했을 때는 유리한 주장에 관한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관련 증거를 최대한 취합하여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태형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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