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견 수렴 범위 두고 견해차 못좁혀 치열한 대립
2개월 활동기한 연장 유력

경주 중저준위방폐장 지하처분장 전경.
경주 중저준위방폐장 지하처분장 전경.

지난 5월 출범한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 재검토준비단’(재검토준비단)의 활동이 종반전에 접어들었다. 재검토준비단은 지난 5일 제14차 회의에서도 지역의견 수렴 범위에 관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채 논의만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5일 재검토준비단 관계자에 따르면 재검토준비단은 ▲지역의견 수렴 범위 ▲논의순서 ▲재검토위원회 구성을 두고 첨예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지역의견 수렴 범위의 경우 토론을 통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자 표결로 결정하자는 의견이 처음 나올 정도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의견 수렴 범위…지자체가 결정?

재검토준비단은 지역의견 수렴 범위 선정을 논의 진행의 첫 단추로 보고 있다. 최근 회의에서 이에 관한 논의만 진행할 만큼 결론을 내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지역의견 수렴 범위는 원자력발전소(원전) 소재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 재량권을 부여해 지자체장이 결정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다만 해당 지자체에서 지역의견 수렴 범위 확대에 소극적인 점을 감안해 고시안에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원전 반경 최대 30km)’을 명기할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재검토준비단에 참여하고 있는 환경단체추천 위원들은 지자체가 지역의견 수렴 범위를 정할 시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포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원전 인근 지역에서는 원전 소재 지자체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주민의 의견도 수렴하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울산지역 60개 단체가 참여한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지난달 27일 ‘산업부는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에 울산광역시 차원의 참여를 보장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 탈핵부산시민연대는 같은 날 부산 기장군 지역대표가 해당 지자체로 지역의 범위를 한정한 것을 비판하고, 부산시에 재검토준비단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고준위방폐물에 대한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논의 진행을 요구했다.

앞서 지난달 20일 울산광역시북구의회는 지역의견 수렴 범위를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으로 선정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표한 바 있다.

◆전국 의제 vs 지역 의제…논의 순서 ‘논란’

재검토준비단은 재검토 대상을 전국 의제와 지역 의제로 구분해 전국 의제는 전국 공론화를, 지역 의제는 지역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전국 의제는 중간저장시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영구처분시설 등 중장기 계획이며, 지역 의제는 임시저장시설인 건식저장시설 건립 등 단기 계획이다.

이에 따라 향후 전국 공론화와 지역 공론화의 순서가 갈등의 중심에 놓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원자력계는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습식저장시설 포화시점이 다가오면서 건식저장시설 건립 문제에 대해 우선적으로 논의하자고 요구해왔다. 2020년 월성원전을 시작으로 2024년 한빛원전과 고리원전, 2037년 한울원전 순으로 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의 경우 포화시점까지 건식저장시설을 마련하지 않으면 원전 가동을 중단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반면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는 중장기 계획이 먼저 수립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제시해야만 건식저장시설 건립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 등에 관한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 추진이 난항을 겪을 경우 건식저장시설이 사실상 영구저장시설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건식저장시설 건립은 지역의견 수렴 범위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범위가 좁아질수록 지역 공론화를 진행하기에 수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재검토위원회 구성…관리형? 이해관계형?

재검토위원회 구성에 대한 논의도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재검토위원회 구성안에 대해서는 지난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방식처럼 이해관계가 없는 갈등관리 전문가로 위원회를 꾸리는 방안과 지난 정권에서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방식과 같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위원회에 참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재검토위원회 구성이 최종 결론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다툼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4개월간의 활동기한이 막바지에 다다른 재검토준비단은 남은 두 차례 회의에서 최종 합의에 이르기 힘들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기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준비단의 의결을 거쳐 1회에 한해 활동기간을 2개월 연장할 수 있다’는 운영규칙에 근거해 활동기한 연장이 유력시된다.

재검토준비단 관계자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에 대한 입장차이가 첨예하기 때문에 재검토준비단 출범 초기부터 4개월이라는 활동기한 내에 합의에 이르기는 어렵다는 예측이 대다수였다”며 “기간 연장을 통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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