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지형 에너지저장장치(ESS)와 태양광발전장치(BESS)를 중소기업 경쟁제품으로 지정하려고하자 전기공사업계가 반대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반대하고 있다. 업계 대변기관인 전기공사협회는 정부가 지정을 강행할 경우 국민감사청구를 할 수밖에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기공사업계의 반발은 당연하다. 명분도 충분하다. 이들 장치가 중소기업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 대다수 중소 전기공사업자는 이들 장치를 설치하는 공사에 참여할 수 없게 돼 극소수가 독점하는 왜곡된 시장 구조가 형성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전지형 ESS시장은 지난해 2000억원, 태양광 발전장치시장은 2조3000억원으로 모두 합해 2조5000억원 수준까지 커졌다. 특히 이들 시장은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올리겠다는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해마다 두 자릿수 성장이 보장될 정도로 커질 것이 예고돼 있다.

전기공사업계 대표기관인 전기공사협회에 따르면 실제로 현재도 공공 태양광 발전장치시장의 경우 대다수 중소 전기공사업체가 참여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다수 물품과 전기공사가 혼합된 이 장치를 단일 품목으로 고시해 놓아 공공기관들이 이 장치를 물품으로 발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직접 이 장치를 생산하거나 등록을 한 기업만 입찰에 참가할 수 있게 돼 국내 1만6565개 전기공사업체 가운데 고작 3% 남짓한 500여개 업체가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전지형 ESS 역시 태양광 발전장치의 전철을 똑같이 밟을 개연성이 크다.

그런데, 따져보자. 전지형 ESS는 배터리, 전력변환장치(PCS),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으로 구성된 발전장치다. 태양광발전장치 역시 전기를 만들어내는 소형 발전소로 전문 시공기술이 융합적으로 녹아든 전문 기기들이다. 이들 장치를 일반 물품으로 취급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전력 계통과 전원 신뢰도 쉽게 말해 전력 생산의 안전과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간단하고 명료하다. 이들 장치는 현재 전기공사업법에 전기설비로 규정돼 있다. 전지형 ESS는 전기공사업법(시행령)에 건축물의 전기설비공사로 분류돼 있다. 시행령에서 전기공사의 예시 가운데 하나로 축전지와 충전장치를 예비전원설비공사에 포함시켜 놓았다. 태양광 발전장치 역시 전기공사업법 제2조와 시행령에 발전설비 공사로 분류된 전기설비로 지정해 놓았다. 이들 장치를 전기공사로 발주해야 전문기술을 가진 전기공사업체가 시공을 해야 안전성도 확보되고 시장도 안정된다. 이들 시장의 팽창은 전국적이다. 또 대도시 보다 소도시 그리고 임야와 산지 등이 많은 지방에 더 많이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작된 지역자치시대에 전문 영역의 업역을 제한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행정이다. 이들 장치의 중소기업 경쟁제품 지정이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도 전기시공 전문 영역까지 제한하는 것은 상생에도 부합하지 않는 일이다.

“연이어 발생한 ESS 배터리 폭발사고를 보더라도 전문 전기기술자의 기술력이 충분히 보장된 상태에서 설비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는 전기공사협회 한 고위 관계자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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