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직원이 원자력 발전소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직원이 원자력 발전소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지난 3월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당 법정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면서 자칫 원자력발전(원전)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원전 산업은 노사 합의를 거치면 연장근로가 가능한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긴급정비 발생 시 경우에 따라 근로기준법과 원자력안전법이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원자력 산업계에 따르면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근로시간 단축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지난 7월부터 근로자가 1주간 일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이 평일·휴일근로를 포함해 52시간으로 제한됐고, 300인 이상 기업과 국가기관이 우선적으로 적용 대상이 됐다.

정부가 근로시간 위반에 대한 처벌을 6개월간 유예한 상태라 내년까지 시간을 벌었지만, 문제는 내년부터다. 원전 운영과 정비 등에서 공백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활용이나 추가적인 인력 채용이 필요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최근 3년간 한수원 신규 채용 규모는 감소세다. 한수원에 따르면 2016년 신규 채용 인원은 820.5명으로 2015년(1369명)과 비교해 40%가량 줄었다. 지난해 신규 채용 인원은 602.5명으로 전년 대비 218명이 감소했다. 더욱이 한수원은 올 상반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신규 채용 규모를 확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특히 주 52시간 근로제에 맞추기 위해 계획예방정비 시 기존 인력의 근로시간을 줄이고 정비 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가닥이 잡히면, 원전이용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수원은 올 상반기 계획예방정비 장기화에 따른 원전이용률 하락이 경영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뚜렷한 개선방안이 없다면 악순환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원자력 산업계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원전산업을 ‘근로시간 특례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 등을 제시한다. 원전 산업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므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안전을 중시해온 현 정부의 국정철학과도 맥이 닿아 있다.

원자력계 관계자는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한 계획예방정비나 정비 대기 업무 시 주당 52시간을 지키면서 근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정부와 한수원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고민조차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유・화학업계도 원전산업과 유사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정유・화학업계는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에 따라 대규모 인력이 투입되는 정기보수에 대해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3일 자연재해나 사회재난, 그에 준하는 긴급성과 불가피성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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