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중 간 관계 개선 및 남·북한 대화 분위기 속에서 동북아 국가들 간에 배출권거래시장의 연계 가능성이 종종 거론된다. 특히 한·중·일 환경장관회의, 배출권거래제도 협의체에서 각국의 배출권거래제도 정보 공유 및 국제적 환경문제 대응 차원에서 배출권거래제도 협력 등이 논의되고 있다. 어쩌면 가까운 시기에 통합된 동북아 배출권거래시장의 출범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또한 남북 화해 속에서 남북 간 재생에너지, 탄소흡수원(산림) 분야에서 협력할 경우 국제배출권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동북아 배출권거래제 시장을 연계할 가능성은 얼마나 있고, 언제쯤 가능할지, 그리고 이를 위한 선결조건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배출권거래 시장을 다른 국가와 연계할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가열된 것은 최근 일이다. 국내 배출권거래제도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이를 촉발시켰다. 한국이 2015년부터 온실가스 다배출기업(대부분 대기업)을 중심으로 배출권거래제도를 국가적 차원에서 시작하고 있지만, 치열한 국제 무역 경쟁 속에서 한국 제품의 단가 상승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전에는 비용에 포함되지 않았던 탄소라는 제품(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되도록 저렴한 배출권을 구매하길 원한다. 그런데 이 신종 상품의 가격은 이를 줄이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동일해서, 줄일 여지가 적어질수록 배출권의 가격도 오르게 돼 있다. 한편 한국과 비슷한 시기부터 배출권거래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에는 한국에 비해 탄소를 줄일 여지가 더 많다고 여겨지고 있다. 참여자도 많을뿐더러 노후화된 설비들이 많아 감축할 여지가 이곳저곳에 많기 때문이다. 한국, 중국과 비교하면 일본 배출권거래제도는 본격화됐다고 볼 수 없지만, 한국과 비슷한 입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러한 한·중·일의 배출권 가격(비용) 차이 현상 속에서, 한국의 배출권거래제도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배출권거래 시장이 연계된다면 중국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배출권을 구매해 배출할당량을 맞출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넘어야 하는 여러 난제들도 분명 존재한다. 어려움의 수준은 한국이 다른 나라의 배출권시장과 어느 정도(수준)에서 연계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낮은 수준의 연계는 한국이 다른 나라의 상쇄배출권을 일방적으로 구매해 오는 형태일 것이고, 가장 완벽한 수준의 연계는 할당배출권까지 연계하는 것으로, 양국이 배출권 할당에서부터 거래, 보고, 검증까지 하나의 제도 속에서 운영하는 것일 것이다.

전자의 예는 뉴질랜드(2기)와 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도 연계이고, 후자의 예는 유럽연합과 노르웨이, 미국 캘리포니아와 캐나다 퀘벡 주의 연계가 될 것이다. 다른 나라의 배출권거래시장 연계 예에서 얻은 교훈은 연계가 항상 좋은 결과를 내놓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뉴질랜드는 유럽연합 배출권가격에 그대로 연동돼 버려 연계를 포기했고, 노르웨이는 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에 흡수됐으며, 캘리포니아와 퀘벡은 허위 배출권 처리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아직 그 효과를 평가하기엔 이른 감은 있지만, 시장 간 연계의 가장 중요한 선결 조건은 양국 상호 간 신뢰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가격에는 하나의 동일한 상품이 거래돼야 한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타국으로부터 구매한 배출권이 허위 혹은 과장된 감축량에 근거한 제품이라면 한국의 국부(國富)가 다른 나라로 그냥 흘러들어가는 것밖에 안 된다. 이 경우 이를 법적으로 다투게 된다면 한국 기업이 다른 나라에 대해 어느 수준까지 감축활동 및 검증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한편 연계 국가 간 경제규모가 지나치게 차이 날 경우 배출권 시장이 큰 쪽으로 흡수돼 버리거나, 일국의 경제 상황이 안 좋을 경우 가격이 연동돼 다른 나라도 함께 배출권 가격이 폭락할 수도 있다.

따라서 동북아 배출권거래 시장을 연계하고자 한다면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낮은 수준의 배출권연계를 통해 다른 국가들과의 신뢰를 형성하고, 제도의 미흡한 점을 함께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 과정 속에서 서로 상이한 제도를 통일해 나가며 참여자들도 적응해 나갈 충분한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 또한 국가 간 얻을 수 있는 배출량 정보, 거래 정보, 검증 정보 등의 수준을 맞추면서 확대해 나가야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한·중 간에는 어떠한 분야에서도 아직 한 건의 국제협약도 없다. 또한 동아시아의 특수한 역사적, 정치적 난제 속에서 또 어떠한 상황 변화로 관계가 악화될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체제 속에서 법률적으로 자세한 내용까지 협의해 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 먼 미래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의 배출권 시장 연계 사례처럼 참여 기업들의 요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면 경제적 이유로 연계 문제가 급물살을 탈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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