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만을 위한 펀딩 조성 아닌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발전소 건설
정치・사회적 수용성 높아진 만큼 지역수용성 높이고 유연성 고려해야”

“저희가 지향하는 목표는 지역 주민들, 나아가 일반 시민들이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가장 큰 이익을 얻게 하는 거예요. 단순히 사업주들에게만 좋은 크라우드 펀딩을 조성하는 게 아니죠.”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는 태양광, ESS, 풍력 등 발전사업자와 다수의 개인투자자를 온라인으로 연결, 크라우드 펀딩을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펀딩과정에서 지역주민을 우대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주민들과 함께하는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중요한 건 지역 수용성을 높이는 겁니다. 한국에선 지역 수용성과 유연성 문제가 재생에너지 확산을 가로막고 있어요. 해외, 특히 유럽은 지역 내 커뮤니티를 관리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잘 마련돼 있지만 한국은 지역의 참여를 이끌어내기엔 체계적인 매뉴얼 정리가 안 돼 있죠.”

루트에너지는 조만간 정부 기관과 함께 지역의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낼지 연구하는 컨소시엄을 결성하고 정책과 가이드라인을 상세히 만들 예정이다.

“지역적 수용성만큼 중요한 건 유연성 확보예요. 시장이 경직돼 있는 게 대표적인 문제죠. ESS나 DR 등 유연성 자원들의 실시간 가격 변화뿐 아니라 전력의 수요와 실시간 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합니다.”

윤 대표는 무엇보다도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이 나오기 위해선 더 많은 시민들이 재생에너지 발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목소리도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이 직접 에너지에 대한 주권을 논할 때 재생에너지 정책도 정권의 변화에 상관없이 일관되게 유지될 것이라는 얘기다.

“예를 들면, 지금은 아무도 텀블러 들고 다니는 사람을 보고 유난스럽다고 눈 흘기지 않잖아요. 단순해요. 텀블러를 갖고 다니는 사람이 늘어서 그렇거든요. 사회학적으로 10만명 이상이 하나의 의제에 집중하거나 따라할 경우 새로운 사회적 규범이 마련된다고 합니다. 저는 재생에너지 정책도 같은 맥락에서 하나의 규범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봐요. 10만명, 20만명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겁니다.”

최근 태양광발전소 건설이나 풍력발전기 설치를 놓고 심화되는 주민과 사업자 간 갈등이나 민민(民民)갈등에 대해 묻자 우리나라만 유난히 겪는 진통이 아니라는 대답을 내놨다. 이미 해외에서는 70, 80년대에 겪었던 갈등 양상이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일어난다는 것이다.

“당장 우리나라만 봐도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갈등이 심하다고 하지만, 다른 나라들 역시 많은 갈등을 겪었어요. 예를 들어 덴마크도 처음부터 원활하게 풍력을 설치했던 건 아니에요. 원전을 건설할지, 풍력발전기를 세울지를 놓고 첨예한 대립이 10년간 이어졌죠. 당시 정부가 농부들의 땅을 임대해 풍력발전기를 지으면서 농부들이 발전소에 직접 투자하고, FIT(발전차액지원제도)를 통해 수익을 얻도록 한 게 큰 도움이 됐어요. 수익이 안정적으로 나니 입소문이 퍼졌고, 결국 국민들이 재생에너지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갖는 계기가 됐죠.”

시간이 흘러 덴마크에선 풍력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으로 성장했다. 여야 상관없이 재생에너지 정책을 지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 인구의 1~2%가 풍력산업에 종사할 정도로 풍력산업은 덴마크의 대표 이미지이자 경쟁력이 됐다.

“이미 정치적 수용성과 사회적 수용성이 높아진 만큼 이제 지역적 수용성을 높이고 유연성 역시 고려해야 합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이나 3차 에기본으로, 국민들은 올여름 폭염이나 미세먼지, 혹한 등을 통해 기후변화를 체감하고 있어요. 지역에서 성공사례가 만들어진다면 우리도 덴마크처럼 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죠.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사용하는 에너지원을 바꾸는 것뿐 아니라 에너지 주체가 시민인 것, 지속가능한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을 시민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란 걸 잊어선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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