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성 마취통증의학과 원장
임의성 마취통증의학과 원장

‘손가락이 갑자기 구부러지지 않아요’ 라고 내원하는 환자들의 대부분은 방아쇠 수지인 경우가 많습니다. 방아쇠 수지란 손가락을 움직일 때 통증이 있어 움직이기 힘들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딱’ 소리가 나면서 움직여지는 질환으로 마치 방아쇠를 당길 때와 비슷한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방아쇠 수지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학문적으로 설명하면 손가락 굴곡힘줄에 결절(nodule) 또는 부종(swelling)이 생기거나 중수골 경부의 손바닥 쪽에 위치한 A1활차가 두꺼워져 A1활차 아래로 움직이는 손가락 굴곡힘줄이 잘 통과되지 않아서 생기는 질환입니다.

방아쇠 수지는 매우 흔한 질환으로 40-60대 중년 여성에서 많이 발생하나 손가락을 많이 사용하는 직업군에서는 나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발생합니다. 엄지와 셋째, 넷째 손가락에 주로 생기며 대개는 특정한 원인을 발견할 수 없으며 손잡이 자루가 달긴 기구나 운전대 등을 장시간 손에 쥐는 직업이나, 골프 등의 운동에 의한 반복적인 손바닥의 마찰에 의하여 발생되기도 합니다. 여러 수지에 다발성으로 발생하였을 때는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이 손가락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질환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주증상은 마찰이 일어나는 부위에 통증을 느끼는 것입니다. 간혹 방아쇠 소리와 유사한 ‘딸깍’ 거리는 마찰음(방아쇠 현상)이 들리기도 합니다. 아픈 손가락을 손등 쪽으로 늘려주는 동작을 하면 심한 통증을 호소합니다. 아픈 손가락의 손바닥 쪽 중수골 경부 부위에 압통을 느끼고, 간혹 아픈 손가락의 중수골 두의 손바닥쪽에서 활차의 비후나 건의 증식에 의한 종물이 만져지기도 합니다. 환자들은 손바닥에 좁쌀 같은게 만져진다고 얘기합니다. 아주 심하면 손가락이 굽혀지거나 펴지지 않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진단은 방아쇠 수지의 전형적인 증상인, 힘줄이 걸렸다가 풀리는 순간에 발생하는 탄발음 (snapping sound), 즉 방아쇠 현상을 느끼거나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초음파 검사나 MRI를 통해 힘줄의 비대나 A1활차의 부종을 확인해 진단하기도 합니다.

심하지 않은 경우라면 방아쇠 수지의 치료는 급성인 경우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서 손을 쉬어주면 대개는 증상이 경감됩니다. 바르는 소염진통제 크림도 효과가 있습니다. 또는 체외충격파 치료를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소염제를 먹거나 충격파 치료에 호전을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국소 마취제와 함께 스테로이드를 건막 내로 주입하면 상당한 치료 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며 약 50%에서는 완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환 기간이 짧고, 한 개의 수지만 침범하거나, 활차가 결절을 형성한 경우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아에서는 주사요법을 잘 이용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어른에 비해서 소아에 생긴 방아쇠 수지는 대부분 선천적인 원인에 의한 것이며 치료를 하지 않더라도 나이가 들면서 저절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포도당이나 PDRN이라는 조직재생 약물을 이용한 프롤로 주사로 치료하는 경우도 있으나 방아쇠 수지의 치료로는 아직까지는 전통적인 방법이 우선이며 전통적인 방법으로 치료가 잘 되지 않는 경우에 사용해 볼 수 있습니다. 성인에서 2-3차례의 주사요법으로도 효과가 만족스럽지 않거나, 짧은 기간 동안에 지속적으로 재발하는 경우, 소아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도 증상의 회복이 안되는 경우는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가능한 수술 후 바로 능동적 운동을 시작해야 관절의 구축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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