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 철도산업 기술·시스템 등에 큰 족적 남겨
당시 50% 달했던 국산화율 낮아진 건 풀어야 할 과제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대구~부산 간)은 2010년 10월 28일 개통됐다. 당시 개통식을 마친 뒤 부산역~울산역~신경주역~울산역~부산역을 경유하는 개통 기념열차 시승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열차에 오르고 있다.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대구~부산 간)은 2010년 10월 28일 개통됐다. 당시 개통식을 마친 뒤 부산역~울산역~신경주역~울산역~부산역을 경유하는 개통 기념열차 시승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열차에 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에 새로운 도전이었던 경부고속철도 건설 사업은 철도산업 전반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특히 기술·시스템 등 철도 분야를 선진화한 부분은 국내 철도산업 발전의 방향성을 논하기에 앞서, 다시 한 번 상기해봄 직하다.

경부선 건설 초기에는 단순한 공정이나 사업관리 체계를 선진화된 사업관리 기법을 적용, 설계단계부터 운용단계까지 전체의 사업을 체계적으로 괸리하기 위해 미국 벡텔사를 사업관리 회사로 선정해 체계적인 사업관리 기술을 이전받았다.

그 결과, 사업비나 공사 기간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해졌으며 나중에 중국에 이 기술을 이용해 체계적인 감리를 해 주는 감리용역을 수행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됐다.

또 현장에서도 ISO 체계를 이용한 문서와 절차 관리를 시행함으로써 건설사와 감리사 간의 부패 고리를 없애는 것은 물론 공사 실명제 및 모든 시공의 중요 부분에 대한 철저한 감리를 시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도 뜻깊다. 이는 우리나라 건설시장의 기술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됐으며, 향후 세계 철도 시장을 넘보게 하는 토대가 됐다.

경부선이 철도 전기설비 분야에 끼친 영향도 적지 않다. 특히 디지털 보호계전기와 같은 선진기술은 오늘날 모든 산업에서 디지털계전기가 사용되도록 만든 하나의 모멘텀이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당시 철도 전기설비는 건설 단계 중 노반이나 궤도 구축 이후 시작해야 설계와 시공이 가능하다는 특수성이 있어 품질관리 측면에서 어려움이 아주 많았다.

예컨대 접지, 트라프, 핸드홀, 횡단전선관, 변전 및 신호통신 기계실 등 선로변에 전기설비를 위해 설치해야 할 모든 시설물들이 노반이나 궤도가 완료된 이후 그 시설물을 다시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많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탄생된 게 ‘토목관련 전기설비’라는 새로운 용어다.

이것은 토목공사를 시행하는 도중에 건설해야 하는 접지, C찬넬, 횡단전선관, 핸드홀, 교량위의 전철주 기초 등의 시설물을 토목 설계단계에서 전기 분야에서 위치와 방법을 미리 정해, 토목공사에 반영토록 한 것으로 나중에 완료된 토목 시설물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최상의 품질을 확보하는 데 원동력이 됐다.

이에 따라 접지설비도 등전위 접지방식을 도입, 대지전위를 낮게 해주면서도 사고전류를 변전소에서 쉽고 검출 가능한 방법으로 새로운 접지시스템을 만들었다. 여기에 그동안 대지전위 상승에 의한 약전류전선의 유도 등의 문제 때문에 비접지방식으로 추진하던 배전선로를 사고검출이 용이한 접지방식으로 변경이 가능해졌다.

이밖에 전차선 전주에 병가하던 배전선로를 트로프에 케이블을 포설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유지보수자가 안전하고 쉽게 보수와 급단전 작업을 시행할 수 있게 된 점도 의미가 크다.

다만 당시에는 고속철도 전차선로용 자재를 50% 이상 국산화하도록 함으로써 국내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이후 지속적인 건설이 없어 국산화된 제품들의 생산시설이 사장됐다는 점은 다시금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는 국내 철도산업계가 한 번쯤 되짚어봐야 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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