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임기의 4분의 1이 지났다. ‘촛불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는 사회 전 영역에 걸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표방하며 ‘탈원전·탈석탄’을 골자로 한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정책과 관련한 주요 장면을 살펴보고 향후 쟁점에 대해 짚어본다.

#1 문재인 대통령 공약

현재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전환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사항이다. 문 대통령의 원전 공약은 신규 원전 건설 계획 백지화와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중단,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 금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원전을 감축해 원전 제로(0) 시대로 이행시킨다는 것이다.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의 원전정책도 온도차는 있지만 방향은 대동소이했다.

이는 2016년 9월 원전 밀집 지역인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원전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원자력계 내부에서는 그간 국민과의 소통부족, 부패비리 등으로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한순간에 수세로 내몰리게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탈원전 선언

우리나라 첫 상업원전인 고리 1호기는 1978년 준공 이후 39년 만인 지난해 6월 가동을 멈췄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19일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고리 1호기의 가동 영구정지는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이라며 탈원전을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수만 년 이 땅에서 살아갈 우리 후손들을 위해 지금 시작해야만 하는 일”이라며 “새 정부는 탈원전과 함께 미래에너지 시대를 열겠다. 신재생에너지와 LNG 발전을 비롯한 깨끗하고 안전한 청정에너지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 자리에서 “지금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는 안전성과 함께 공정률과 투입 비용, 보상 비용, 전력 설비 예비율 등을 종합 고려해 빠른 시일 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30여년간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해온 고리 1호기의 노고를 치하하는 자리에서 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은 선포식에 참석한 원자력계 인사들에게 ‘아닌 밤중에 홍두깨’나 다름없었다.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의 탈원전 선언은 원자력계와 현 정부 간의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3 탈원전 정책→에너지전환 정책

탈원전 정책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혼란이 가중되자 정부는 지난해 8월 탈원전 정책의 명칭을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변경했다.

탈원전 정책이라는 용어가 탈석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그리고 에너지신산업 창출이라는 에너지정책을 담아내기에는 좁은 개념이라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전환 정책은 60년간 장기간에 걸쳐 원전비중을 축소하는 정책이다. 정부는 출범 초 정치적 구호로 ‘탈원전’ 용어를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선언적 의미를 넘어 원자력계의 반발과 불필요한 사회적 혼란을 일으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철저한 정책 준비와 과정에 관한 설명 없이 목표 제시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4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건설 재개 결정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를 국민이 결정하는 ‘숙의민주주의’ 방식을 채택했다. 지난해 7월 24일 출범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는 건설 재개를 주장하는 원자력계의 주장과 탈원전으로 에너지정책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3개월의 숙의 기간을 두고 공론조사를 벌였다.

시민참여단 471명은 최종 공론조사에서 건설 재개라는 결론을 냈다. 당초 오차범위 내 박빙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건설재개는 59.5%, 건설중단은 40.5%로 나타나 19%p 격차를 보였다.

원자력계는 숙의과정에서 건설재개 쪽으로 격차가 더 벌어졌고, 20·30대 젊은 층에서도 큰 차이를 보여 고무됐다.

하지만 공론화위는 건설재개 결정 이외에도 시민참여단 53.2%가 ‘원전 축소’로 응답했다며 정부에 원전 비중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환경단체는 시민참여단 53.2%가 원전 축소 의견을 낸 점에 대해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5 에너지전환 로드맵·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공론화위의 권고안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10월 24일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을 의결했다. 에너지전환 로드맵에는 신고리 5·6호기 이외에 계획된 신규 원전 건설 계획 백지화, 노후 원전 수명 연장 금지, 전력수급 안정성 등을 고려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등이 담겼다.

에너지전환 로드맵은 지난해 말 수립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기본계획)에 그대로 반영됐다. 8차 기본계획에는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등 신규 원전 6기의 백지화가 포함됐으며, 월성 1호기는 2018년부터 발전설비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6 한수원 이사회…신규 원전 4기 백지화·월성 1호기 조기폐쇄 의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의 탈원전 선언과 공론화위의 권고안, 에너지전환 로드맵, 8차 기본계획으로 이어지는 문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 이행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회 의결로 종지부가 찍힌다.

한수원 이사회는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지방선거 직후인 지난 6월 15일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등 신규 원전 4기와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의결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4기 백지화 결정 이유로 각각 낮은 경제성과 경영 불확실성 해소를 꼽았다.

하지만 한수원 노조와 경주(월성 원전), 영덕(천지 원전), 삼척(대진 원전) 지역 주민 등이 즉각 반발해 현재까지 진통이 이어지고 있으며,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7 향후 쟁점 사항?

한수원 이사회는 8차 기본계획에서 백지화를 결정한 신규 원전 중 신한울 3·4호기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안건에서 제외했다.

신한울 3·4호기는 한수원 이사회가 백지화 의결한 신규 원전 4기와 달리 지난해 2월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로부터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하는 등 사업 과정이 앞서 있다. 이 때문에 신한울 3·4호기의 백지화 여부는 향후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8차 기본계획에서 ‘신규 원전 백지화와 노후 원전 수명 연장 불허’가 포함된 밑바탕에는 축소된 전력수요예측이 있다. 정부는 2030년 기준으로 7차 기본계획에 비해 13% 감소한 113.4GW를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 유례 없는 폭염으로 인해 전력수요량이 늘면서 과다 예측했다는 7차 기본계획 수요예측을 상회했다. 기본계획의 근간인 전력수요예측에 대한 갑론을박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 논의 중인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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