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kV, 개폐기시장 위기 속에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
대기업 4사 주도하고 있어 파이 크지 않단 신중론도

한전이 중·소규모 신재생 발전 접속을 위한 70kV급 송전 전압 도입을 본격화한 가운데 다수 개폐기업체가 관련 제품 개발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전력기기 시장이 포화상태로 접어든 상황에서 신시장 개척을 통해 활로를 찾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이 지난해 말부터 추진 중인 ‘소용량 디지털변전소 설계용역 및 모델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전력기기 대기업 4사 외에도 5개 제조업체가 69kV용 전력기기 개발을 준비 중이다. 올해 말 최종 규격이 나올 예정이지만, 이미 지난 4월 공개된 초안 규격을 바탕으로 실제 개발에 착수한 업체들도 여럿이다.

개폐기업계의 적극적인 대응에는 신시장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폐기업계는 한전 물량 감소, 수출 하락세 등 대내외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생할 수 있는 돌파구로 69kV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70kV 신계통전압 신설에 따라 형성될 시장 규모 또한 작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관계자의 의견을 종합하면 69kV 물량은 한전 500BAY·민수 500BAY 등 총 1000BAY 수준으로, 규모는 1000억원대에 달한다.

또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골자로 70kV 등 신계통전압 신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이 기본계획은 ‘재생에너지용 분산형 소규모 변전소 도입을 위한 새로운 전압’으로 70kV를 규정, 중·소규모 신재생 발전접속, 저수요, 저전압지역 전력공급 등 154kV보다 70kV 송전선로 건설이 적합한 경우를 신설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아울러 69kV의 경우 제품이 소용량에 콤팩트화된다는 특성만 제외하면 기존 154kV 제품과 기술적 차이가 크지 않아 기존 업체들의 진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점도 신시장 진출을 유도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선 69kV 제품 개발 이후 계통적용 및 입지선정이 이뤄지는 2020년 9월 이후를 시장 진출 시점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시장 전망과 관련해선 다소 시각차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업체들은 신시장에 대한 큰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는 반면 시장이 창출돼도 대기업 4사가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라 후발주자들의 먹거리는 많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69kV 제품군 개발에 나서는 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개폐기 시장의 상황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며 “개발 이후에 시장이 예상만큼 활성화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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