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對중국 반도체 수출물량 연간 40억 달러 감소

미중 간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양국 모두에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세탁기 등 가전제품 수출이 미국의 관세장벽에 일부 가로막힌 데다 중국의 대미 수출 위축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출 등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미중 간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인해 한국의 대(對) 중국 반도체 수출물량이 연간 40억 달러(약 4조5000억원) 정도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이 중국산 전자제품 전반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에 반도체 등 중간재를 수출하는 삼성의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올린 239조5800억원의 매출 중 중국 비중은 약 16.7% 정도이다.

또 중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미중 간 무역전쟁으로 미국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삼성은 미국에 TV,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을 수출하며, 대미 수출은 삼성 매출액의 25%가량을 차지한다. 미국은 이미 삼성 등 한국 업체가 수출하는 세탁기에 최대 50% 관세를 부과했다. 스마트폰의 경우 대부분 베트남과 인도에서 생산돼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 세계에서 생산되고 있는 TV는 무역 분쟁에 휘말릴 소지가 있다.

이 때문에 삼성은 미중 양측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 한편으로는 로비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미 상원 자료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로비에 340만 달러를 사용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또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220만 달러를 로비에 썼다.

또 삼성전자는 양국에 큰 투자도 하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 삼성은 미국에 가전제품과 반도체 제조 공장 등을 짓는 등 1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실시했다. 중국을 상대로는 지난해 8월 시안 반도체 2기 라인 투자를 위해 3년간 총 70억 달러를 투자하는 내용의 MOU(양해각서)를 산시성 정부와 체결했다.

한편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본격화되면 통신장비 등 일부 산업에서는 삼성전자가 오히려 수혜를 입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WSJ는 “삼성전자는 5G 통신 기술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미국에서 모바일 네트워크 장비 사업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며 “최근 미 의회는 화웨이와 ZTE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들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